“저기요, 이 접시 좀 바꿔주세요” 뭐가 문제냐는 식으로 멀뚱히 쳐다보는 종업원에게 “보세요, 이가 빠졌죠? 이런 건 재빠르게 버리셔야해요. 그게 이 가게 이미지를 위해서 보탬이 되지 않겠어요?”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접시를 가져가 바꿔주는 종업원의 얼굴은 좀 부어 있었다. 동행이었던 그가 이런 내게 화살을 던졌다. “그냥 먹자, 여기가 무슨 호텔 레스토랑도 아니고 5000원짜리 밥 한 그릇 먹으면서 너무 많은 걸 기대하는 게 아냐? 기분 나쁘면 이 가게 다신 안 오면 되잖아, 안 그래?”

돈을 지급하고 뭔가 구입하거나 서비스를 받을 때 잘못된 일이 있으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고야마는 내게 그는 항상 이렇게 꾸짖곤 했다. 좋은 게 좋은 건데, 굳이 지적하고 서로 기분 상할 게 뭐 있느냐는 게 그의 지론이었다. 이런 일이 거듭되다 보니 내가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싶어서 골똘해지곤 했지만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다 보면 절대로 상황이 좋아질 수 없고 다른 사람들도 그런 불편함을 그대로 감수해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살아가면서 가끔은 좋은 게 좋다는 말의 수혜자 되다 보면 좋은 게 좋다는 얘기가 어떤 의미인지 실감하곤 한다. 하지만 여기엔 잘못을 눈감아버리자는 일종의 동조와 입막음의 의식이 그대로 투영된 말 같아 몹시 찜찜하다. 이런 말이 없어지지 않고서는 이 땅 위에서 부정부패는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어쪄면 좋은 게 좋다는 말 한 마디에 한 사람의 일생이 어떻게 어그러지는가를 목도하면서 엄혹했던 군사독재시절을 보내야했던 우리 부모 세대가 남긴 일종의 보호색인지도 모르겠다. 굴절된 시대가 얼마나 집요하게 사람들의 의식을 지배하는가를 보여주는 피해의 언어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은 잘못에 눈 감고 좋은 게 좋다고 하다 보면 절대로 큰 잘못도 바꿀 수 없게 된다. 왜냐하면 불의에의 저항에 학습화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불평은 절대로 세상을 변화시키지 못하지만 행동은 세상을 바꾼다.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눈 감고 침묵하면서 세상이 변화되길 원한다면 그건 세상의 변화에 무임승차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다. 그리고 그 변화는 그만큼 더디게 온다.

변화된 세상에 살길 꿈꾼다면 불평하지 말고 좋은 게 좋다는 식으로 눈감지 말지어다. 아직도 철이 덜 들고 세상의 매운맛을 덜 봐서 이런 얘길 한다고, 그렇게 매사에 까다로워서 아직도 그 모양이라고 그는 힐난하지만, 세월의 더께가 쌓인 몇 년 후에도 이런 얘길 할 수 있을는지 자신할 수 없지만, 좀더 오래 좋은 게 좋다는 말에 고개를 저을 수 있기를….

- <국민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