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를 키우며 삶을 배운다.
적당한 햇빛과 물,나무가 원하는 이 간단한 것을 사람들은 넘치거나 부족하게 한다.
햇빛과 물의 양이 알맞아야 식물이 잘 자라는 것처럼 사람도 부모의 사랑을 적당히 받아야 올바르게 성장한다．
어느 작가가 어머니의 이기적인 사랑에 대해 불만이었다는 글을 썼다.
어릴 때 친구들이 놀러와서 점심 때가 되면 어머니는 자신만 살짝 부엌으로 불러내 고깃국을 주고 친구들에게는 국수를 주었다.
친구들 모두에게 고깃국을 줄 형편이 못 되는 것은 알지만 차라리 친구들과 함께 맹물에 삶은 국수를 먹는 게 마음 편했을 거라는 내용이다．
어머니들의 무조건적이고 본능적인 사랑은 끝없이 내려쬐는 견디기 힘든 햇빛과 같을 때가 있다. 그 빛과 열을 내 자녀 외에 다른 많은 사람에게 나눠준다면 내 가정도,우리 사회도 지금보다 더 나은 가정과 사회가 됐을 것이다．
남편의 유학 시절 우리가 ‘미국 부모님’이라 부르는 한국인 의사 부부에게는 6명의 친자녀와,그들과 똑같이 돌봐준 수십명의 유학생 자녀가 있었다.
친자녀들은 결혼해서 모범적인 가정을 꾸미고 산다.
결혼을 시키고도 끝없이 도와주고 간섭하는 여느 부모와 달리 결혼한 자식들을 조용히 지켜보며 기도하고,자신이 가진 많지 않은 물질은 풍요로운 마음으로 주위를 돌아보는 데 쓴다．
우리는 아프거나 무슨 어려운 일이 생기면 그 댁으로 달려가고,다른 유학생들도 수시로 방문하여 무료로 진료를 받거나 한국 음식을 얻어먹곤 했다.
미국 어머니는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할 옷을 1년에 50여 벌 만드신다.
생일이나 성탄절 때 받는 사람의 키와 취미에 맞게 손수 만든 옷을 선물하셨다.
모두에게 천사라는 이름으로 불렸던 그분이 폐암으로 돌아가신 이유도 횟가루가 많은 지하실에서 바느질을 오래 한 것이 원인 중 하나였다．
얼마 전 아끼던 난이 죽었다.
귀한 것이라기에 잘 키우려고 물도 매일 주고 햇빛 쬔다고 화분도 이리저리 옮겨 놓아주었다.
화원에 물어보니 손을 너무 타서 난이 죽었다고 했다.
식물에도 과잉보호는 해가 된다．
부모의 사랑도 한낮의 강렬한 햇빛 같은 독점적이고 무조건적인 것일 때 자녀는 성숙하게 자라지 못한다.
아침의 밝은 햇살같이,저녁의 부드러운 햇살같이 조금은 비켜서서 앞길을 밝혀주는 사랑이 부모의 참된 사랑이다.

- <국민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