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뇌성마비 환자입니다. 팔다리가 심하게 뒤틀리기는 했지만 성실
한 가장으로 자신의 몫을 다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면서 제 남편
보다 사려 깊고 마음이 넓은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이들 역시 아빠를 사랑합니다. 비록 웃을 때나 말을 할 때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고, 다른 아빠들처럼 함께 놀아줄 수는 없지만 아빠를 참 좋아하고
잘 따릅니다. 그날은 우리 딸의 생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딸아이의 유치원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했지요
드디어 딸아이의 생일 날, 아이들이 도착하자 저는
안방 문을 열면서 말했습니다.
"얘들아, 우리 지영이 아빠란다. 인사해라".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아이들 시선이 남편에게
꽂히는 순간, 재미있게 놀던 이이들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습니다.
"으악 괴물이다!"
"병신이다,병신!"
당혹한 남편의 표정과 참담한 제 심정이 엇갈리며 동시에 바라본 딸아이는
이렇게 중얼거리며 울고 있었습니다
"우리 아빠 괴물 아닌데...우리 아빠 정말 착한데...".
생일 잔치이후, 저는 세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초대된 이이들의 어머니 전화였지요. 그중 한 분은 "장애인 남편을 아이들에게 보여줘서
아이가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 경솔한 짓을 하면 어떻게하냐?" 고
점잖게 저를 나무라셨고, 또 한분은 "그 병 전염되는 거 아니에요?" 라고
물으며 몹시 걱정하는 눈치였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화하신 분은
"제가 아들을 잘못 키웠나 봐요. 마음 많이 상하셨죠? 애들이니까
이해해 주시고, 지영이 데리고 저희 집에 한번 놀러 오세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참 많은 분들이 우리에게 상처를 주지만, 저희 가족은 결코 남편의
장애 때문에 슬프지 않습니다. 그저 장애인에 대한 세상의 편견이
우리를 슬프고 외롭게 할 뿐이지요
그래도 희망의 말을 전해주는 분들이 있기에, 오늘도 저희 가족은
이 험한 삶을 헤치고 열심히 살아보겠다는 용기를 가집니다.

- <해피데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