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흐린 날에는
이별하지 마라
손내밀면 잡을 수 있을 정도로
낮게 깔린 하늘아래
마음마저 무겁다면
그 아픔 얼마나 가슴 시린 것일까

이별도 햇빛 부서지는 날에
당당하게 해라
너를 사랑하기에 떠난다
영원히 너를 잊을 수 없을 것이다 라는
식상한 너무도 식상한 변명 따위는 접어두고
행복해라
너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연인이 되어라 라며
떠나는 그 사람의 등을 힘있게
두드려줘라

사랑하는 것은 두 사람의 자유지만
헤어질 때는
뒤끝 깨끗하게
미련이 남아서는 안된다

제대로 정리 못한 사랑의 흔적들은
평생 생채기로 남아서
곪고 또 곪아
마침내 몸의 한 부분을 도려내는
환부가 될 테니

흐린 날에는
절대 이별하지 마라

by 비온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