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마신 뒤
도시의 밤은 참 쓸쓸하다

화려한 네온불빛이 빛나고
사람들은 요란스럽게 거리를 활보하지만
막상 술집을 나오면 갈 곳이 없다
마음 붙이고 더 머무를 곳이 없다

이런 날은
친구 같은 애인, 애인 같은 친구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아무때나 전화해도 상관없고
가고 싶으면 새벽에도 갈 수 있고
쉬고 싶으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도 쉴 수 있는
하나도 부담없는
그런 사람 하나 있었으면 좋겠다

그를 만나
내 가슴 속에 있는 이야기를 전부 털어놓고
속시원하게 한바탕 웃어봤으면 좋겠다
밤새도록
부여잡고 뜨거운 눈물 흘렸으면 좋겠다

살다보면 그런 사람
한 둘 쯤은 만날 법도 한데
사랑하다 보면 그런 사람
한 둘은 생길 법도 한데

술 한 잔 마신 뒤
도시의 밤은
여전히 쓸쓸하다

by 비온거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