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례를 많이 서 준 덕으로 나름대로 터득한 것이 있다. 신부 쪽은
가구 일습을 마련하고 신랑 쪽은 아파트를 안겨 준 신혼 부부보다
어렵사리 단칸 셋방으로 시작한 부부일수록 삶의 사랑을 잘 사귀면서
산다는 것을 목격해 왔다. 행복을 돈 주고 못 사는 것 처럼 사랑도
돈으로 영글지 않는다. 부부란 살만 붙이고 사는 것이 아니다. 마음을
서로 껴안고 살 줄을 알아야 하는 것, 인생은 덤도 없고 보너스를
싫어한다.
주례를 설 때마다 신부 신랑의 눈을 바라보는 버릇이 있다. 유난히
맑고 총총했던 신부 신랑이 2년 뒤 태어난 지 석달 된 딸 하나를 안고
와 나를 기쁘게 했다. 그들은 고아원 출신이기에 더욱 가정을 잘 꾸
려야 한다는 마음이 있는 부부이다. 어린 것을 안아 들고 좋아라 웃는
나에게 새 어멈이 다소곳이 말문을 열었다.

"선생님, 꼭 풀꽃 같지요? "

"그럼 그럼. 너네들만큼이나 향기롭지 "

한참동안 풀꽃 한 송이를 안게 하여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그들이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 어멈 젖을 먹이지? "

" 그럼요 "

" 고맙다. 어미 젖을 빨아야 갓난애도 인생을 배우는 거야. "

'땀을 뻘뻘 흘리면서 젖을 빨아요.' 딸애 아비가 벙글거리며 아내를
대견해한다. 가정을 얻고 새끼를 낳아 고아원 때의 설움을 행복으로
바꾸고 있는 그들이 세상을 건강하게 하는구나! 억지를 부려 유모차를
사서 석 달 짜리 딸애를 앉혔더니 천하가 풀꽃 동산 같았다. 유모차를
끌고 떠나가는 그들 뒤에 서서 나는 풀꽃 인생의 향기를 맡았다.

- 윤재근 <살아가는 지혜는 가정에서 배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