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되면 나무들은 대개 낙엽을 짓는다. 이듬해 봄이 되면 그 낙엽의 부식불을 자양삼아 새 잎을 피우고 새 생명의 모습을 꾸민다. 근원이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 나무들의 생명의 다시 꾸밈은 나를 가끔 부러움에 젖게 한다. 그러나 그것은 물론 헛된 꿈일 뿐이다. 사람은 나무처럼 낙엽을 지을 수가 없다. 엣 잉을 낙엽짓고 자신의 생명을 시작부터 다시 구밀 수가 없다. 더러는 그런 경우가 있을 수는 있으리가. 자신의 지난 날이 전혀 쓸모없는 것임을 깨달았을 때, 그런 경우라도 그저 버림이 아니라, 그 쓸모없는 지난 날 마저 내일을 위한 자기 자양으로 전환시켜 빛나는 시작을 도모할 수 있는 창조적 결단과 용기가 가능했을 때, 그러나 지난 날에 연연하여 거기 조그만 보람이라도 묻어 왔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러기가 어렵다. 그래 그런 사람들은 해마다 덕지덕지 새 생명의 잎을 덧피우며 그 무게를 힘겹게 지탱하며 살아간다. 마치 유화를 그리는 사람이 마음에 잘 들지 않은 화면이라도 새 화폭에 그림을 다시 시작하지 않고, 물감을 덧칠하여 그것을 수정하고 완성시켜 나가듯이 그렇게 서서히 자신의 삶을 덧칠식으로수정하고 완성시켜 나간다.
나무를 통하여 숲을 보느냐 혹은 숲을 통해서 나무의 값이 매겨지느냐 그 선후는 한마디로 간단히 말하기가 어렵다. 숲이 좋은 나무를 기르고 좋은 나무들은 또한 좋은 숲을 이루는 서로의 의존 관계는 분명한 것이니까. 그러나 숲을 이루는 것은 나무들이고, 나무가 되기 전에 먼저 숲이 될 수는 없는 일이다. 더우기 나무들은 그 자체로서 각각 하나의 생명, 하나의 개별적 삶을 완성하려는 근원적인 의지가 나무에겐 가장 소중한 것이 아닐런지. 숲은 연후에 거기서 필요한 색깔과 용도를 취하여 그것의 값을 매길 수 있을 지언정.
그리고 아마 눈길이 길고 지혜가 깊은 나무는 그 갓ㅂ을 미리 헤아려 자기 생명으이 색깔과 자리를 정해 나갈 터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