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쇄신·중립내각 요구 빗발 / 박 대통령 지지율 14%로 급락 / 오찬간담회도 취소… 대책 고심 / 이정현 1시간반 대통령 독대
최순실 게이트로 국정 대혼란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최저인 10%대로 급락하고, 정치권과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청와대 및 내각의 대대적인 인적쇄신과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가 빗발치면서 사실상 국정 동력이 상실된 ‘식물정권’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이 뒤늦게 인적쇄신을 중심으로 한 정국 수습책을 고민하고 있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분노한 민심을 가라앉힐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에서 박 대통령이 인적쇄신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지도부가 전원 사퇴하겠다는 말도 나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사 신임장 수여식서 기념촬영을 기다리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 대통령은 28일 통일준비위원회 민간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 일정을 연기했다. 최순실 게이트가 불거진 이후 박 대통령이 공식 일정을 연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와대 관계자도 기자들에게 “박근혜 대통령은 국민 불안을 해소하고 흔들림 없는 국정 운영을 위해서 다각적 방향에서 심사숙고하고 계신다”며 “인적쇄신을 포함해 숙고하시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전했다.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이 28일 청와대에서 열린 대사 신임장 수여식서 얼굴을 만지며 무언가 생각하고 있다. 왼쪽은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오른쪽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청와대사진기자단

청와대 김재원 정무수석은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위 전체회의에 참석해 박 대통령이 조만간 모종의 수습책을 내놓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김 수석은 야당의 거국중립내각 구성 요구에 대해 “그런 다양한 의견에 대해서는 다양한 방법으로 이미 박근혜 대통령께 많이 보고를 드렸다”고 답했다.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는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1시간 반가량 박 대통령을 독대한 뒤 기자들에게 “조속한 인적쇄신을 건의했다”고 밝혔다.앞서 정진석 원내대표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대통령께 청와대 비서진과 내각의 전면 인적쇄신을 요구한 만큼, 이것을 대통령이 안 하시면 당 지도부가 전원 사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공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 따르면 박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박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직후인 26∼27일 조사에서 취임 후 최저치인 14%(표본오차 95% 신뢰도±3.8%p)까지 떨어졌다.

김동진 기자 bluewin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