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가족 단위 해외여행객이 매년 증가하는 가운데, 방학 동안 외국에 다녀온 유치원생이나 어린이집 원아들이 반 친구들과 교사에게 해외여행 기념품을 돌리는 등 개학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혹시라도 해외여행을 못 간 아이들이 상처받을까 봐 유치원에서 학부모에게 ‘기념품 안 받는다’는 문자까지 보내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어린아이들 사이에서까지 가정 형편에 따라 위화감을 조성한다”는 비판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나타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란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서울 강서구에 사는 김모(여·38) 씨는 며칠 전 여섯 살 아들의 푸념을 들은 후 기분이 좋지 않았다. 여름방학을 맞아 홍콩에 다녀온 유치원 친구가 같은 반 아이들과 선생님께 홍콩 과자를 돌렸다는 것. 김 씨는 “우리 집은 형편이 넉넉하지 않아 주말을 맞아 인천 차이나타운에 다녀온 게 전부”라며 “아들이 ‘해외여행 때 찍은 가족사진을 자랑하는 친구들이 부러웠다’고 하는데 가슴이 먹먹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 마포구에 사는 이모(여·35) 씨도 얼마 전 일곱 살 아들이 유치원에 다녀온 후 갑자기 해외여행을 가자고 떼를 써 난감했다. 이 씨는 “친구가 필리핀에 다녀온 후 기념품으로 자석을 주며 자랑을 했다는데, 우리 아이가 풀이 죽지 않을까 걱정”이라며 “우리 집은 돈이 없어 해외여행을 못 간다는 걸 아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전일우 강원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해외여행을 갔다 온 친구가 경험을 공유하고 이야기를 함께 나누는 것도 의미가 있다”며 “고가의 기념품이 아니라면 간접경험의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 수원시의 한 유치원 관계자는 “작은 기념품이라도 해외여행을 가보지 못한 학생들에게는 위화감을 줄 수 있다”며 “기념품은 정중히 사양하겠다는 가정통신문을 학부모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