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어정쩡한 합의...대화지속 '모양새 갖추기'
산과들에 2015.11.27 19:20:31
남북 당국회담 향후 전망·문제점
‘8·25 합의’에 명시된 당국회담의 형식(급과 격)과 내용(의제)을 논의하기 위해 26일 열린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통해 다음달 11일 개성공단에서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제1차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 자체는 남북 대화 창구를 열어뒀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수석대표의 급을 둘러싼 문제와 회담 의제 등 남북 간 시각차가 현저한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는 전부 뒤로 미룬 어정쩡한 합의에 그쳤다는 평가다.
1차 당국회담이 차관급으로 합의된 것은 남북한 모두 ‘8·25 합의’ 이행에 방점을 두고 수석대표의 급 논란을 우회한 결정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북한이 먼저 ‘부상’을 수석대표의 급으로 제시했고 우리 정부도 처음부터 차관급 수석대표를 제안했다”며 “(남북이) 생각이 거의 같았고 (당국회담이) ‘8·25’합의의 후속조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당국회담의 ‘급’과 ‘격’을 둘러싼 논쟁의 불씨는 여전하다는 지적이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통일전략연구실장은 이날 “이번 회담에서 누가 차관급 당국회담의 수석대표로 나설 것인지 구체적으로 합의하지 못했기 때문에 향후 북한이 차관급으로 내세울 인물을 우리가 ‘차관급’으로 간주할 것인지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회담에서 다뤄야 하는 의제를 둘러싼 인식차도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7일 새벽 발표된 당국회담 실무접촉 공동보도문은 의제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문제’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을 뿐 의제를 적시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생존자 확인 및 서신교환 등이고,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대북 제재인 5·24 조치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고 한다. 풀기 어려운 난제는 다음 회담으로 고스란히 넘긴 모양새다. 이를 두고 ‘관계개선’에 대한 남북 간 인식차가 존재하는 마당에 향후 북한이 이번 실무접촉의 공동 보도문에 적시된 ‘관계개선을 위한’이라는 문구를 이용해 “관계개선을 하려거든 남한이 먼저 5·24를 해제하라”는 식으로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도 있다. 5·24 조치에 대한 명시적 사과 없이 민간교류 확대를 통해 어물쩍 넘어가려는 전술에 정부가 말려들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도 차관급 수석대표를 통해 남북 간 현안이 모두 해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는 않는 분위기이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당국회담이 진행될 때 ‘2+2’(남측 국가안보실장·통일부 장관, 북측 군총정치국장·통일전선부장)급에서 이야기해야 할 사안이 생기면 언제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남북 양측의 공통 인식이었다”며 “차관급에서 남북 간 현안을 풀어내기 어렵다면 (회담의 격을) 올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민감한 사안에 대해 접점을 찾지 못할 경우 ‘급’을 올린 회담으로 풀겠다는 얘기로 당초 당국회담의 급을 ‘차관급’으로 낮춘 것 자체가 ‘합의를 위한 합의’ 또는 ‘회담을 위한 회담’에 불과한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김민서·염유섭 기자 spice7@segye.com
‘8·25 합의’에 명시된 당국회담의 형식(급과 격)과 내용(의제)을 논의하기 위해 26일 열린 당국회담 실무접촉을 통해 다음달 11일 개성공단에서 차관급을 수석대표로 하는 제1차 당국회담을 열기로 합의한 것 자체는 남북 대화 창구를 열어뒀다는 의미가 있다. 하지만 수석대표의 급을 둘러싼 문제와 회담 의제 등 남북 간 시각차가 현저한 주요 사안에 대한 논의는 전부 뒤로 미룬 어정쩡한 합의에 그쳤다는 평가다.
1차 당국회담이 차관급으로 합의된 것은 남북한 모두 ‘8·25 합의’ 이행에 방점을 두고 수석대표의 급 논란을 우회한 결정으로 보인다. 정부 당국자는 27일 “북한이 먼저 ‘부상’을 수석대표의 급으로 제시했고 우리 정부도 처음부터 차관급 수석대표를 제안했다”며 “(남북이) 생각이 거의 같았고 (당국회담이) ‘8·25’합의의 후속조치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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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판문점 북측 지역인 통일각에서 열린 남북 당국회담 실무접촉에서 남측 수석대표인 김기웅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장(오른쪽)과 북측 단장인 황철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서기국 부장이 악수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
회담에서 다뤄야 하는 의제를 둘러싼 인식차도 전혀 좁혀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7일 새벽 발표된 당국회담 실무접촉 공동보도문은 의제에 대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현안문제’라고 뭉뚱그려 표현했을 뿐 의제를 적시하지 않았다.
우리 정부의 최대 관심사는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와 생존자 확인 및 서신교환 등이고, 북한은 금강산관광 재개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북한의 천안함 폭침 도발에 따른 대북 제재인 5·24 조치 문제는 아예 언급조차 없었다고 한다. 풀기 어려운 난제는 다음 회담으로 고스란히 넘긴 모양새다. 이를 두고 ‘관계개선’에 대한 남북 간 인식차가 존재하는 마당에 향후 북한이 이번 실무접촉의 공동 보도문에 적시된 ‘관계개선을 위한’이라는 문구를 이용해 “관계개선을 하려거든 남한이 먼저 5·24를 해제하라”는 식으로 주장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도 있다. 5·24 조치에 대한 명시적 사과 없이 민간교류 확대를 통해 어물쩍 넘어가려는 전술에 정부가 말려들 수 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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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두 공장 시찰… 왼손 붕대 감은 김정은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강원도 원산 구두공장을 시찰했다고 노동신문이 27일 전했다. 이날 노동신문이 보도한 김 제1위원장 사진에서는 왼손에 붕대로 추정되는 것을 감은 모습이 포착됐다. 왼손을 활용해 몸을 기대거나 물건도 들어 큰 부상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
김민서·염유섭 기자 spice7@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