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노숙인 시설에서 생활하는 4명 중 1명은 30대 이하인 것으로 나타났다. 4일 서울연구원의 ‘노숙 진입에서 탈출까지 경로와 정책과제’란 제목의 보고서를 보면, 2007년부터 2014년까지 서울시 노숙인 시설 이용자는 1만1089명으로 ‘20대 이하’가 1005명(9.06%), ‘30대’가 1701명(15.34%)으로 파악됐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은철 연구위원은 “2007년 이후에는 연령별로 큰 차이는 없었으나 1990년대 말~2000년대 초와는 다르게 30대 이하 노숙인이 늘었다는 점이 눈에 띈다”고 말했다.

젊은층 노숙인들이 생겨난 이유는 최근 몇 년 새 고착화된 극심한 취업경쟁, 청년실업 등을 먼저 꼽을 수 있다. 노숙인인권단체인 홈리스행동의 박사라 활동가는 “거리에서 야간상담을 하다 보면 최근 몇 년 새 장기간 취업을 하지 못해 갈 곳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노숙을 하게 된 청년들이 종종 눈에 띈다”고 말했다.

경제활동 기회를 얻지 못하면서 궁핍한 가계 구조가 노숙으로 이어지는 악순환도 계속되고 있다. 서울시 자활지원과 기재일 주무관은 “20대 이하는 모자쉼터, 가족쉼터 등의 시설에 입소한 학령기 어린이·청소년이 대부분”이라며 “20·30대 시설 노숙인들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어도 경제적인 이유로 가족으로부터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설명했다. 창업을 하려다 사기를 당해 노숙생활을 하는 경우도 있다. 노숙인 ㄱ씨(36)는 “평소 알고 지내던 사람이 ‘돈 되는 일이 있으니 같이 하자’는 말에 속아 사기를 당했다”며 “가진 돈을 다 날리고 방황하다 노숙생활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시설 입소→탈시설→시설 재입소’라는 회전문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내 노숙인 시설을 전전하는 만성적 노숙인은 10~22%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노숙인 1인의 평균 시설이용 건수는 2.9건이다. 박 연구위원은 “노숙인의 자활·자립을 위한 주거 지원, 탈노숙 이후 사후 관리 등의 체계가 강화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연구에서 노숙인 10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가장 필요한 지원으로 ‘주거(51.4%)’가 꼽혔고 그 다음이 ‘일자리(42.9%)’였다. 서울시는 ‘노숙인종합지원시스템’을 운영해 시설을 이용한 노숙인들의 개별 상담 및 지원 내용, 입·퇴소 이유 등을 전산화하고 있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