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가안보 위해 한 일" 野 "안보 뒤에 숨지 마라"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웡회의에서 문재인 대표가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여야가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을 놓고 상호 불신만 드러내고 있다. 진상 규명이라는 본론은 제쳐두고 입씨름만 치열해지고 있다.

국정원 감싸기에 나선 새누리당은 안보우선론을 끊임없이 제창하고 있다. 국회 정보위 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29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야당은 국정원의 해명을 ‘못 믿겠다’는 것이 아니라 안 믿겠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의혹을 제기한다”며 “국정원이 한 일은 범죄가 아니라 정말 국가안보를 위해서 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믿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한 셈이다.

이 의원은 야당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로그파일’ 제출에 대해 “민간인에게 공개하면 국정원이 외국정보기관에게 웃음거리가 된다”고 지적했다. 로그파일을 정보위에 공개해도 곧 새나간다는 것이다. 그는 로그파일을 정보위원에게 공개할 때도 용량 때문에 프린트가 아니라 스크린상에서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국정원 내 숨진 임모 과장 이외에 해킹에 관여한 직원이 더 있다는 의혹 제기에는 “보통 한 팀이 4, 5명으로 이뤄지는데 임 과장이 실무자이고 그 밑에 팀원들은 실험에 협조하는 사람”이라고 반박했다. 다른 이들은 해킹에 대해 잘 몰랐다는 얘기다.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새누리당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원유철 원내대표가 김을동 최고위원과 얘기를 하고 있다. 이제원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은 연일 당 지도부가 모두 나서 새누리당을 압박하고 있다. 새누리당과는 다른 모양새다. ‘여론전’의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는 모양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원은 안보 뒤에 숨어서는 안 된다”며 “당 국민정보지키기위원회가 요구한 자료를 제출하는 것이 검증의 출발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고 촉구했다. 전병헌 최고위원은 “아무리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권한도 없던 저세상 사람(임 과장)에게만 떠넘기고 있는 것이 국정원의 해명과 결론”이라고 꼬집었다.

새정치연합이 여론전에 집중하는 것은 그만큼 의혹을 입증할 증거 찾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정보위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은 “이 의원이 자료가 기밀자료이고 제출이 곧 공개와 똑같다고 한다”며 “대부분은 기밀과 관련 없는 자료이고 자료제출이 곧 공개가 아니다. 국민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로그파일’ 제출을 계속 외치지만 현실화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정보위 여야 간사는 이날 오후 애초 합의했던 ‘기술자 간담회’의 세부사항을 논의했다.

이도형·박영준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