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제 “모든 일에 때 있어” 사퇴 재촉…서청원, 막말 논란 김학용 강력 비판…돌출 발언 김태호 최고 이례적 ‘침묵’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는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 시한으로 자체 설정한 6일 포탄을 재장전하기 시작했다. 유 원내대표가 스스로 물러날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강제 퇴진을 위한 액션플랜에 돌입한 분위기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 세번째)와 유승민 원내대표(왼쪽 두번째)가 6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회법 개정안 재의를 위한 표결을 앞두고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모든 일에 때 있어” 劉 압박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이날 친박계는 김무성 대표가 모두 발언에서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삼사일언해 달라”며 신중한 언행을 주문한 것에 동조해 직접적으로 ‘유승민 사퇴론’을 꺼내지 않았다. 하지만 우회적으로 유 원내대표 거취를 압박하는 발언이 잇따랐다.

‘유승민 사퇴’ 압박의 총대를 멘 친박계 좌장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은 물론 정치권, 사회가 근 한 달 이상 국회법 때문에 혼돈에 빠져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오늘 오후에 국회법이 처리된다고 하기 때문에 잘 정리되기 바란다”며 “우리 당도 정상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당부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촉발된 당·청 갈등 및 계파 대립을 ‘비정상’으로 규정하면서 유 원내대표의 자진사퇴를 에둘러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 최고위원은 또 “해괴망측한 일이 벌어졌다”며 지난 2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유 원내대표 사퇴를 촉구한 김태호 최고위원에게 막말을 해 논란을 빚은 김학용 대표비서실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비박(비박근혜)계에게 경고신호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비서실장은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인제 최고위원도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며 “우리 모두 다 새로운 마음으로 새로운 결정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가 이날 중으로 사퇴선언을 해줄 것을 재촉한 것이다. 회의 때마다 ‘유승민 사퇴론’을 설파했던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례적으로 침묵을 지켰다. 

◆親朴 ‘의원총회 소집’ 만지작

친박계 초선의원들은 좀 더 직설적이었다. 함진규 의원은 이날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유 원내대표가 본인의 거취문제와 관련해서는 사사로운 자리가 아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겠다고 말했기에 본인이 알아서 잘 판단하실 것으로 믿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숙 의원도 다른 라디오방송에 나가 “(유 원내대표가) 오늘 결단을 내려주시는 게 가장 적합한 시점”이라며 “아무런 말씀이 없다면 의원총회를 오늘 저녁이라도 여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친박계는 유 원내대표에 대한 압박 카드로 ‘의총 소집’ 추진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당내 소수파로서 다수 비박계의 ‘유승민 옹호론’에 밀렸던 친박계는 이제 의총을 열면 수 대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한다.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당 분열을 우려하는 의원 수가 늘었다는 논리에서다. 친박계 핵심관계자는 “의총에서 수 대결을 하면 유 원내대표에 대한 불신임이 가능하다”며 “수도권 의원들도 점차 유 원내대표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영남권 의원도 “당내에서 이렇게 큰 분란이 일어난 것만으로도 유 원내대표가 사퇴할 명분이 된다”며 “7일에도 유 원내대표가 입장표명을 안 하면 의총을 열어 불신임하는 수밖에 없다”고 단언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