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에도 '창조금융'이 금융권의 주요 아젠다가 될 전망이다.

특히 기존의 기술금융과 정책금융에 더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새롭게 들고 나온 '핀테크', 금융과 전산(IT)의 융합이 어떤 결과를 끌어낼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보수적 금융관행 혁파한다

금융위는 29일 '창조금융'에 입각한 '2015년도 업무계획'을 발표했다.

우선 금융개혁을 적극 추진할 것이라며, 보수적인 금융관행 혁신을 첫 번째로 내걸었다. 

고승범 금융위 사무처장은 "은행 혁신성 평가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은행이 스스로 보수적인 관행을 바꿀 수 있도록 유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위는 아울러 금융권 내부 성과평가체계 연동 및 보수총액 비교공시, '금융의 날' 제정 등을 통해 창의적 금융인을 우대하는 문화를 만들어나갈 방침이다.

또 자금중개기능 및 부가가치 창출을 위해 '제 2단계 금융규제개혁 태스크포스(TF)'를 구성, 적극적인 규제개혁을 지속 실시한다. 관행적 종합검사 축소, 불필요한 보고서 제출 폐지, 금융회사와 소통강화 등 금융당국의 검사 및 감독관행도 혁신한다.

고 처장은 "금융개혁 주제별 연속 워크숍을 통해 세부개혁방안을 도출하고 민간전문가 중심의 금융혁신위원회를 통해 지속 점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핀테크! 핀테크!

신 위원장이 "핀테크가 금융의 새로운 미래를 열 것"이라고 발언한 이후 '핀테크'는 2015년초 금융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올해 업무계획에서도 핀테크는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고 처장은 "핀테크 등 전자금융업에서부터 금융당국이 건건이 '사전적'으로 점검하던 기존 방식에서 '사후적' 관리 강화에 역량을 집중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했다.

금융위는 먼저 신규 전자금융서비스에 대한 사전 '보안성심의' 제도를 전면 폐지해 적시성 있는 서비스 출시를 도모할 계획이다. 더불어 전자금융거래용 보안·인증수단에 대한 사전 규제로 작용해왔던 '인증방법평가위원회'도 없애기로 했다.

다만 '취약점 분석평가' 내실화, 신규 전자금융서비스에 대한 테마검사 실시 등 사후적 검사 강화를 병행한다.

'핀테크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강력한 지원체계도 구축한다. 고 처장은 "금융위, 금융감독원, 미래창조과학부 등 관계기관이 협업해 핀테크 산업에 각종 지원을 집중할 것"이라며 "'핀테크 지원센터'를 설치해 핀테크 서비스 단계별로 행정 및 법률 상담, 규제해설, 금융사 연계 등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융위는 대출, 직접투자, 보증지원 등 다각적 형태로 올해 핀테크 기업에 2000억원 가량의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핀테크산업 육성에서 인터넷전문은행은 빼놓을 수 없는 사안이다. 그러나 여전히 환경이 정비되지 않아 금융당국이 해야할 일이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고 처장은 "은행 실명확인 방법을 여건 변화에 맞게 합리적으로 확대, 금산분리 완화, 자본금 요건과 업무범위 조정 등 한국형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위해 여러 정책적 여건을 정비해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일단 오는 4월경에는 금산분리 완화의 초안이 나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기술금융 3.0' 추진

고 처장은 "기술금융을 더 발전시키기 위해 '기술금융 3.0' 계획을 추진할  것"이라며 "주된 방향 중 하나는 기술력을 지닌 기업에 대한 융자 지원에서 투자로 바꿔나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우선 올해 기술신용평가(TCB) 기반 대출 목표를 총 3만2000건, 20조원 규모로 잡았다.

또 '은행 혁신성 평가' 결과에 따라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의 출연료, 온렌딩 대출의 배정한도, 신용위험 분담비율 등에서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이다.

덕분에 지난 28일 나온 혁신성 평가에서 상위권 점수를 받은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은 상당한 이득을 얻을 전망이다.

먼저 신한은행은 70억원, 우리은행은 23억원씩 신보와 기보의 보증 출연료를 아낄 수 있다. 두 은행의 온렌딩 공급한도도 각각 105억원 및 840억원씩 늘어난다.

반면 평가점수가 낮은 은행들은 더 많은 출연료를 내야 해 부담이 커졌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 47억원, 씨티은행 28억원, 농협은행 19억원, 제주은행 5억원씩 각각 출연료 부담이 커질 것으로 추측된다.
기술신용평가 기반 대출에서 나아가 기술가치평가에 기반한 투자도 활성화한다.

금융위는 성장사다리펀드를 통해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를 3000억원(펀드 1000억원, 민간 2000억원) 규모로 조성할 방침이며, 1000억원의 신규 IP펀드까지 만든다. 산업은행 등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을 강화해 특허관리회사(NPE)를 육성한다.

창조경제혁신센터와 연계한 원스톱 서비스 역시 구상 중이다.

고 처장은 "혁신센터 내에 'Finance Zone'을 설치, 정책금융기관의 창업금융과 기술금융 등을 원스톱으로 안내하고 지원할 것"이라고 전했다.

◆창조경제 위한 자금지원 확대

그밖에도 금융위는 '창조경제'의 원활한 진행을 위한 다양한 자금지원 방안을 내놨다.

우선 총 6000억원 규모의 '창조경제 혁신펀드'를 조성하는 등 기업의 '창업-성장=회수' 단계별 모험투자를 활성화한다.

경영주 본인의 보증의무 면제, 재창업기업에 대한 지원 확대 등 '패자부활'을 장려해 창업을 노리는 사람들이 더 공격적으로 창업전선에 뛰어들 수 있도록 하다.

이를 위해 성장사다리펀드를 기존 1130억원에서 2530억원으로 확대하고, 펀드 내에 재기지원 펀드를 만들어 자금을 지원한다.

고 처장은 "특히 창조경제 지원을 위해 올해 안으로 180조원의 정책금융 자금을 공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중에서도 유망서비스업, 신성장산업, 수출기업 등 미래성장산업에 100조원 규모의 자금을 집중 지원한다. 

3년간 30조원 규모의 인프라 구축 등 대형 투자프로젝트를 중점 지원하는 기업투자촉진프로그램도 가동하고, 기술기업, 창업·벤처기업에 대한 복합지원을 확대하는 등 ‘통합 산은’의 투자기능을 강화하기로 했다. 통합 산은의 투자규모는 지난해 6조5000억원에서 올해 10조원으로 급증할 예정이다. 

◆가계대출 구조 개선에 20조 투입

가계부채 문제가 날이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금융위는 구조 개선에 가장 힘을 기울이기로 했다.

고 처장은 금융위가 구상하는 구조 개선 프로그램에 대해 "은행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대출 또는 이자만 내고 있는 대출을 고정금리이면서 원금을 상환하는 대출로 전환하는 것"이라며 "차주의 신청으로 기존 대출은행에서 새롭게 대출을 받아 기존대출을 상환하고, 주택금융공사는 신규 대출을 인수해 유동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일단 20조원 한도로 시행하되, 시행효과 등을 보아가며 필요시 주태금융공사 자본금 한도(현 2조원) 상향 조정 등을 통해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 처장은 또 "구조 개선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은 중도상환수수료 면제와 이자비용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대학생이 등록금뿐만 아니라 생활비(연 200~300만원)도 연 2.9% 수준의 낮은 금리로 빌릴 수 있게 해 금융애로 해소를 추진한다. 저소득.저신용 대학생과 청년 대상으로 한국장학재단 대출 이외에 추가적인 생활자금 대출도 지원할 방침이다.

현행 제도만으로 기존 고금리 대출의 전환이 어려운 대학생과 청년에게는 신용회복위원회 전환대출 상품을 개편해 추가 지원한다.

고 처장은 "대출금리와 보증료율을 인하하고, 거치기간도 연장해 대학생 등의 고금리 채무부담을 경감시킬 것"이라고 전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