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원고 2학년 김주아(17)양은 이번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 어머니 생일을 맞아 깜짝 생일 선물을 준비했다. 곱게 쓴 편지와 함께 평소 엄마가 좋아하는 과자를 가방속에 몰래 넣어뒀다. 김양은 두 장 편지에 "건강에 안 좋으니 과자는 조금만 먹어. 사랑한다고 말 못해서 미안해"라고 적었다. 그리고 출항 직전 어머니에게 "사랑해"라는 문자 메시지를 다시 남겼다.

이것이 딸이 엄마에게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딸은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탈출했다가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악몽 같은 배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그리고 돌아 나오지 못했다. 18일 안산시 사랑의병원 장례식장 특실엣 만난 김양의 어머니는 통곡하고 있었다. "주아는 이렇게 될 걸 미리 알고 있었나 봐요, 바보같이 착한 우리 딸, 그 찬 바닷물로 왜 다시 들어갔니..." 옆의 아버지도 고개를 떨군 채 연신 휴지로 눈물을 훔쳤다.

김양 친구의 증언에 따르면 김양은 사고 당일 배 밖으로 거의 다 빠져나왔다. 김양 학급은 배가 기운 왼쪽 가장자리 객실을 쓴 덕분에 위험 감지나 탈출이 가장 빨랐다. 물이 무릎정도 차올랐을 무렵부터 대피하기 시작해 일렬로 줄을 서서 걸었다. 출구의 빛을 보고 "살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김양은 "살려달라"는 등 뒤의 비명소리를 듣고 발길을 돌렸다. 객실에 갇힌 친구의 목소리였다. 친구는 바닥으로 쓰러진 캐비닛에 머리가 끼어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앞서 가던 또 다른 친구가 "위험해, 어딜 가"라며 붙잡았지만, 김양은 단번에 그 손을 뿌리치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객실로 향했다. 배가 기울고 물도 허리 위까지 차올라 난간을 잡아도 물살에 몸이 휘청거릴 지경이었다. 김양은 긑내 돌아나오지 못했다. 김양이 속한 2학년1반은 정원37명 가운데 20명이 구조됐다.

김양 친구들은 "주아의 평소 모습을 생각하면 죽음을 무릎쓰고 친구를 구하려 뛰어든 행동이 어쩌면 당연한 것 같다"고했다. "딸바보"였다는 김양 아버지는 "우리 딸은 학생증이든 지갑을 양손에 꼭쥔 상태로 발견됐다"면서 "우리가 자기 찾느라 헤맬까 봐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김양의 장례는 5일장으로 치러진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