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닦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홀어머님 5일장에 가시면 우리 누이는 두동생에게 가위바위보를 시켜 방/마루를 나눠서 청소를 시겼습니다.

누이는 부억 청소와 설거지를 하고, 각자의 역활이 끝나면 함께 마당 청소를 했던 잊지 못할 추억이 있습니다.

고사리 손으로 빗자루를 잡고 먼지를 쓸고 걸레를 빨아서 바닦을 열심히 닦았습니다. 누이의 '합격' 명령이 떨어 질 때까지 마루를 닦아야 했습니다.

그렇게 아무리 열심히 닦아도 다시 빤 걸레에는 먼지가 묻어 나오고, 흙바람이 불거나 햇빛이 들어오면 먼지들은 요란한 비행을 하여 '말짱 도루묵' 되곤 하였지요^^ 기껏 애썼던 물걸래 질은 흙 바람에 헛수고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함께 한바탕 땀을 흘리고, 정돈된 마루에 앉자 고구마를 먹던 때가 그립습니다. 형제간에 힘들었던 일도 금방 잊고 마주보고 웃으며 장난치고 놀았던 정겨웠던 추억이 생각납니다.

제는 오늘도 그런 순수한 마음으로 '마음의 방'을 닦고 가고자 합니다. 늘! 부족하기에 좋은 생각과 겸손한 마음으로 어제처럼 오늘도 마루와 방 바닦을 닦아가고 있습니다.

왕태의 맑고 고요한 '명경지수'의 마음은 아닐지라도 조금더 정제된 마음으로 후안무치한 삶을 살아가지 않기 위해 거듭 마음을 닦아갑니다.

애써 마음을 닦아도 욕심은 남아 있고 불안의 먼지가 마음 한구석에 또 쌓여 가지만..... 밝고 따뜻한 마음으로 오늘도 '마음의 방'을 닦으면서 살아갑니다. 

 

-이철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