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남자가 낙엽이 다 진 공원 벤치에 앉아 있었습니다

그의 얼굴에는 비감이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얼굴이 몹시 안돼 보이는군요 무슨 슬픈일이라도 있으세요?”

한 여인이 옆에 앉으며 말을 걸었습니다

“저는 이제 제 삶의 모든 것을 잃었습니다”

“왜 삶을 잃었다고 생각하세요?”

“그녀가 떠나자 남은 것이 하나도 없군요 희망도 없고 의욕도 없고 말입니다”

여인은 작은 종이와 연필을 꺼내더니 그에게 말했습니다

“그래도 당신에게 남아 있는 게 있을 거예요 얘기해 봐요”

“다 소용없습니다”

“어머니가 계신가요?”

“물론이죠, 어머니는 항상 곁을 떠나지 않고 언제나 힘이 되어 주시지요

“형제들은 있습니까?”

“여럿있습니다 사랑에 빠져 있는 동안 저에게는 그녀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그래서 그들에겐 늘 짜증만 냈지요”

“친구들은 있습니까?”

“물론이죠 다들 너무 실망하지 말고 힘을 내라고 하더군요”

“그럼 당신이 잃은 것은 한 여자뿐이군요”

여인은 종이에 적은 것을 그에게 건네주고 떠나며 말했습니다

“여기에 당신이 잃어버리지 않은 것이 있습니다. 사랑과 이별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이예요 지금 당신은 동전을 뒤집어 놓고 반대면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 당신이 빠져 있을 때도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