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비오 카펠로(70) 전 잉글랜드 축구 대표팀 감독은 2010 남아공 월드컵에 앞서 휴대폰과 함께 한 가지를 더 금지했다. 축구선수의 아내나 여자친구를 뜻하는 '왁스(WAGS·Wives and Girlfriends)'가 그것이다. 카펠로 감독은 "왁스가 선수들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대표팀 소집 기간 중 '동반 금지'를 요구했다.

2016년 6월은 사뭇 다르다. 축구 팬 최고의 축제인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6)가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지만 '왁스 동행을 금지'한 나라는 웨일즈를 포함해 손에 꼽을 정도다. 엄격했던 잉글랜드도 이번 유로 2016 기간에 왁스와 선수의 만남을 허용했다.

세상이 변하고 있다. 한때 천덕꾸러기로 치부됐던 왁스는 축구팬 사이에 뜨거운 관심사가 됐다. 각종 SNS(소셜미디어네트워크) 상에서는 '어떤 선수의 왁스가 더 매력적이고 아름다운가'를 두고 설전이 벌어지고, 왁스가 올린 셀피(selfie·자기 촬영 사진) 밑에 숱하게 많은 '좋아요'가 달리고 있다. 2016년 축구 스타보다 더 반짝이는 왁스를 소개한다.

◇왁스계의 '끝판왕'…베키 바디

올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최고의 선수는 제이미 바디(29·레스터 시티)였다.

'여우 군단'의 우승을 이끈 그는 영국축구기자협회·EPL 사무국이 선정한 '올해의 선수 상' 등을 쓸어담았다. 바디는 아스널 등 타 구단의 숱한 러브콜을 뒤로하고 레스터 시티와 4년 재계약을 맺었다. 세부 계약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아스널이 제시했던 주급 12만파운드(약 2억원)와 비슷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당연히 2016년 최고의 '핫가이' 바디의 짝에 시선이 쏠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실 바디는 새신랑이다. 이번 유로 2016에 앞서 다섯 살 연상의 나이트클럽 홍보 모델 출신이자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돌싱녀' 베키와 결혼했다. 육감적인 몸매와 외모를 갖고 있는 베키는 현지 매체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영국 매체 더 선은 지난 20일(한국시간) "잉글랜드의 스트라이커 바디의 아내가 유로 2016최고의 왁스로 떠오르고 있다"며 그의 노출 화보를 공개했다.

아내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에 절을 한다고 했다. 바디는 경기가 끝나면 집으로 돌아가 육아에 전념할 정도로 가정적이라는 후문이다. 베키 역시 남편 사랑이 극진하다.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유로 2016 대회에 나선 남편을 응원하기 위해 직접 프랑스로 날아갔다. 덕분에 러시아 훌리건에 위협을 당하는 해프닝도 겪었다. 베키는 SNS에 "최루 가스을 맞았고, 동물 취급을 받았다. 원정 경기를 따라다니면서 느낀 최악의 경험"이라며 실시간 소감을 남겼다.

왁스 이야기를 하면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31·레알 마드리드)의 애인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호날두는 남미출신의 금발 미녀를 선호하는 편이다. 지난해 5년 간 사귀었던 이리나 샤크와 헤어진 이후에는 사흘이 멀다하고 여자 친구를 바꾸며 호사가의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일일이 세기가 힘들지경이다. 콜롬비아 출신 모델 나탈리 링컨에 이어 최근에는 같은 나라 출신의 폴라 수아레스와 염문설에 휩싸였다. 수아레스는 우연히 이비자 섬에 놀러갔다가, 요트에서 휴식하는 호날두를 만나 연을 맺었다는 뒷이야기가 무성하다.

두 사람이 선상에서 데이트를 즐기는 모습은 이미 타블로이드 잡지 1면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호날두는 수아레스와 열애설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가수·모델…스포츠 스타는 연예인을 좋아해

축구 선수들은 가수나 모델 등 미녀 연예인을 짝으로 두는 경우가 많다.

스페인 축구대표팀의 허리를 받치는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29)는 열 살 많은 팝가수 샤키라와 오랜 연인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결혼식은 올리지 않았지만, 자녀를 둘이나 낳아 키우는 사실상 부부관계다. 샤키라는 피케가 유로 2016에 나서자 SNS를 통해 응원 메시지를 남기며 내조에 힘쓰고 있다.

스페인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26·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미녀 가수 에두르네 가르시아를 여자친구로 두고 있다. 2010년 크리스마스 기념 앨범 녹음을 위해 만났다가 지금까지 살게 됐다고 한다. 가르시아는 데 헤아의 이적 건이 있을 때마다 나름대로 조언을 아끼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과거 데 헤아의 레알 마드리드 이적이 무산됐을 당시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냉장고 뒤편보다 못한 추악한 동네"라고 내뱉었다가 구설에 올랐다.

보기만해도 현기증 나는 몸매를 갖춘 모델 출신을 여자 친구로 둔 선수도 적지 않다. 독일의 미드필더 마리오 괴체(24·바이에른 뮌헨)는 란제리 모델을 자주하는 앤 캐서린 브로멜과 사귀고 있다. 캐서린은 속옷만 걸친 세미 누드 사진을 SNS에 수 없이 올리며 몸매 자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괴체는 2014 브라질월드컵 결승전 당시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연장 후반 결승골을 터트리며 독일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덩달아 캐서린의 유명세도 함께 치솟았다.

벨기에 미드필더 야닉 카라스코(23·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2013년 미스 벨기에 출신인 노에미 해파트와 사귀고 있다. 해파트의 SNS는 카라스코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찍은 셀피가 수 없이 많이 게시돼 있다.

한편 축구계 일각에서는 왁스를 외모로만 따지는 편견의 시선도 존재한다. 북아일랜드 대표팀의 마틴 오닐(52) 감독은 지난 3월 기자회견에서 '유로 2016 기간에 왁스의 선수단 숙소 방문을 허용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왁스가 정말 매력적이라면 환영받겠지만 못생겼다면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가 빈축을 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