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손의 큰 우물을 파리라 - 이해인

칙칙한 검은 옷을 벗고 희 옷으로 갈아입은 수녀등의 성가 소리가 오늘은 유난히

맑고 높다. 제단 앞에 꽂힌 아리움이라는 보랏빛 꽃을 보니, 무수한 작은 꽃송이

들이 모여 하나의 큰 원을 이루고 있는 모습이, 우리처럼 함께 모여 살고 있는 삶

의 즐거움을 말해 주는 듯하고, 성모상 앞에 꽃힌 안개꽃처럼 소소한 소망의 말들

이 피어나는 것 같다. 창 밖의 새들마저 명랑한 합창으로 우리와 어울리는 아침기

도 시간은 참으로 행복하다.

조용히 눈을 감고 있으려니 문득 "여러분의 생활이 여러분의 입과 다른 음률로 노

래하지 않는지 생각하십시오"라는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말씀이 떠오른다. 또한

"여러분의 기도로써 많은 도움 많은 도움을 주는 것 외에는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덕을 입히리라 생각지 마십시오. 그저 함께 사는 이들에게나 잘하려 힘쓰십시오.

주님께서는 일의크기를 보시지 않고 어더한 사랑으로 하는가를 보십니다"라고 그

의 수녀들에게 누누이 당부하신 아빌라의 성녀 대 테레사의 말씀도 스쳐 간다.

모든 생활이 다 그러하겠지만 수도 생활 역시 큰 뜻과 이상도 자기 자신과 현재의

생활에 대한 성실과 인내를 토대로 해야만 더욱 빛나게 펼쳐갈 수 있다. 모든 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