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학개론 47

-상팔자

                                                      김 영 철

삽니다
도망갑니다
 

삶아대는 개소리에

두 귀를 열어둔 채 쪽잠을 즐기고 있다

이별은 꿈에도 없다

확신에 찬 복날 오후

ㅡ『다문화학개론』(2014, 시조문학사)

시작 노트:

천만 원을 줬다느니 2천만 원이 들었다느니 비밀이랄 것도 없다.

나이 차를 극복하고 서로 다른 문화의 벽을 조금씩 허물어 가며 예쁘게 살면 좋을 텐데

누가 또 야반도주했다는 소식에 휴대 전화기까지 압수당하고

사내와 그 어머니의 삶는 소리는 날이 갈수록 뜨겁고 따갑기만 하다. 

오매불망 내 사랑이 날 버릴 리 없다는

복날에 낮잠을 즐기는 개가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

1행의 '삽니다'는 개장수의 확성기 소리, 돈을 내고 사는 것, 함께 사는 것의

중의적(重義的) 표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