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노란빛을 더하던 날,

그래서 쪽빛 하늘이 더 파랗던 날,

나는 그분과 작별을 고했네.

열다섯 해 동안

나를 지켜주고

나에게 힘을 주고

내 발길이 가즈런히 가도록 이끌어 주던

그분을 이곳에 두고 가네.

열일곱에 혈혈단신 탈북해서

온갖 역경을 헤치며

육군 예비역 소장으로 살아왔던

그 숱한 이야기를 뒤로 한 채

그분은 이제 이 세상에 계시지 않네.

그분의 눈물을 처음 본 것은

자신이 육군 고급 장교가 되자

북에 계신 부모님은 총살되고

하나 뿐인 남동생은 죽창에 찔려 죽었다는

회한과 아픔의 이야기를 할 때였지.

한 줌의 재로 남아

육신은 사라져도

그분의 인자하신 모습 오래오래

우리 곁을 지키시겠지.

이제 그분은

하늘나라에서

그리도 죄송스러워 했던

그리운 부모님과 동생을 만나실거야...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나 혼자 울었고,

내가 이 세상을 떠날 때엔

많은 사람들이 우는 삶을 사셨던 장군님.

하느님 대전에서 편히 사시옵소서.

2014년 10월 8일 국립현충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