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랑잎처럼 눕다
 

박이화

뼈만 남은 시신을 보고

노련한 검시관은 그를 단박 여자로 단정했다

여자의 골반 뼈는 남자보다 크나

화산 같은 몇 번의 출산을 거치면서

거푸돌처럼 가볍고 거뭇해진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저 식어빠진 아궁이 속 검은 숯도

한때 푸른 물관 철철 넘치던 시절 있었단 거다

크고 단단한 정강이로

온갖 새들 업어 키우던 때 있었단 거다

그러다 나무는 새가 되고 싶었을까

그렇게 숲엔 새가 있고

새의 날개는 낙엽에 가까운데

그 갈참나무굴참나무떡갈나무 숲에

살점 하나 없이 앙상한 나무를 보며

누군가 새처럼 소리 높여 나무 이름을 노래하지만

그 울음인지 노래인지 모를 적막 속

열 번쯤 목이 메어 뒤돌아보면

이미 반쯤 흙빛으로 돌아 간 얼굴들

바스락, 그 가랑잎 같은

ㅡ『시와 소금』(2014.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