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무 / 受天 김용오
헤르만헷세 2014.09.26 00:08:04
 해무 / 受天 김용오 닭이 운다 혼절했던 어둠의 자락에서 흥건히 땀에 고인 고깃덩이 하나가 빗살문을 걷어차고 동녘의 바다를 향해 뛴다 청보라 숲이 열리고 천천히 옷을 벗는 찬연한 속살이 당신이어서 무릎을 꿇어 울고 있다 경이로운 모습 앞에서 어젯밤의 무서웠던 그 기억들을 다신 보지 않기를 다신 뒤돌아보지 않기를 해달며 비에 흠뻑 젖은 한 마리 닭이 되어 기도를 하고 있다 깊고 깊은 새벽을 여는 성스러운 당신의 속살에 새벽의 첫 시선으로서 새벽의 첫 입맞춤으로서 범종의 합장으로서 성당의 찬미로서 허공에 무수히 뿌려지는 눈물들을 삼키며 해묵은 당신의 그 소리들을 아직도 듣고 있다 "아들아!', "아들아!', 모든 근심은 욕심에서 비롯되나니 빈심(貧心)으로 살라는" 그때가 언제인데 그때에 말씀을 하셨던 그 고리타분했던 그때의 그 얘기들을 아직도 하고 계신다 당신께서 불살라 일구어 놓고 가신 수국이며 산딸기들이 물결들로 에워 쌓인 당신의 화전 밭에 덩그마니 세워진 당신의 묘비명에 그때의 그 못난 가슴을 아직도 보이나니 오! 나의 거룩한 이어.  Elizabeth Lamott / Only For You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