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부야 전화 할게 이따 봐 / 受天 김용오 
  
지금쯤은 화전을 일구며 감자를 심고 있을까 다람쥐 노는 텃밭에서 
봄나물을 캐고 있을까 오늘따라 누부야가 보고 싶어 정말 죽겠네,
  
그리 하고 싶어 했던 진학의 꿈을 접고 못난 동생을 위해 책 대신 호미를 잡으며 
머리에는 수건을 둘러써야 했던 불쌍한 콩쥐인 우리 누부야 친구들은 멋들어진 
쌔라 타이에 까만 교복이며 자주색 책가방을 들고서 삼삼오오 신작로 길을 걸으며 
마주들보며 재잘거리고들 벚꽃이 눈 오듯 뿌려지는 눈길을 걸어 교정을 향하는데 
울 누부야 어김없이 채소들을 광주리 가득들 담아 시오리길인 읍내 시장을 향할 
때면 울 누부야 보기 싫었다 그때의 누부야의 그 모습이 왜 그리 창피 했었는지 
누부야를 만나기라도 하면 어떨까 그것이 제겐 제일 큰 고민이었지 뭐야. 
철부지였던 동생의 행동에 상처를 받으며 흘렸어야할 그때의 누부야의 그 눈물이 
아직도 여자만을 흐르고 있을 것을 생각하면 다섯 성상이 된 지금도 내가 했던 
그때의 행동들을 생각 할 때면 온 몸에 신열이 나는 것 있지 늦었지만 이제라도 
용서를 빌어 용서해 주는 거지,
  
푸성기라도 팔아 오는 이런 날엔 어김없이 가방이며 연필들을 사와 내게 건내주며 
이런 말을 했었지 내가 하지 못한 공부 몫까지 네가 책임져 주어야 한다는 말이
채 끝나기 무섭게 배고프지 묻고선 부엌을 향해 뛰어 들어가는 그때의 누부야의 
뒷모습이 별이었다. 이런 별인 누부야를 내가 죽는단 들 그 모습을 어찌 잊을까 
  
누부야 또 하나 숨겨놓은 이야기를 고백 좀 해야겠다.
한 때었지만 어린 우리를 두고서 일찍 하늘나라로 떠난 엄마에 대해 칼을 물은 
적도 있었어 허지만 누부야 는 나보다 더 했을 것이 라는 생각에 누부야게만은 
난 무엇으로도 갚을 수가 없는 죄인 중 죄인이지 뭐야 누부야 그리고 누부야는 
모르는 일이었지만 초등학교 3학년 가을 운동회 날 점심시간이었지 
프라다다스 나무 밑에 널따란 보자기를 피어 놓고 누부야가 정성들여 만들어 온 
두부조림과 오징어무침에 밤이며 사과인 햇과일들을 늘어놓고서 내게 오라는 
손짓에 단숨에 달려간 나 배불리 먹을 때였지 순간 하늘에 계시는 엄마도 우리의 
이런 행동을 보시고선 어떤 생각을 하고 계실까 라는 생각이 불현 듯 들어 그만 
눈물을 쏟을 것 같아 눈물을 누부야게 보이기가 죽기보다 싫어 마렵지 않은 
오줌의 핑계를 대고 화장실로 뛰어가 소리 내 울기도 했었다는 것. 
  
누부야 엄마의 빈자리를 엄마가 있는 듯 누부야가 지켜주었기에 이나마 성장하여 
지금에 와서 그때의 아린 얘기들을 덕담을 할 수 있고 벅차기만 한 서울이라는 곳에서 
당신이 예뻐하는 조카들을 거느리는 울타리라는 가장이 되어 행복하게 살고 있다는 
이 모든 것이 천둥을 동여 메고 벼락을 깨물어 했던 누부야의 헌신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었다 해 모름지기 누부야가 없었다면 지금쯤은 방랑자가 되어 노을 
진 숲을 배회하고 있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아 사랑 한다 누부야 오늘 따라 왜 
이리 목소리가 듣고 싶지 일 끝나는 대로 전화 할게 
누부야 이따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