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날의 하루 ▥

☆  철   길  ☆

기다리던 소나기 내리는 날

메마른 아스팔트 위로 통통 튀어 오르는

물방울속 그리움

기다리던 소나기 내리는 시간

메마른 가슴속 위로 모락 모락 솟아 나는

비와 함께 한 추억

기다리던 소나기 내리는 순간

심장에 잠들어 있던 그리운 인연 생각 나는

비 오는 날의 하루

주룩주룩 쉼 없이 내리는 빗 줄기

굵어 지는 빗방울 이지만

이런 날은 우산을 쓰고 싶지 않다

온 몸을 적시며 말 없이 걸어 가 본다

이유 없이 비를 맞는다

생각 없이 비를 맞는다

어딘가 막혀 있는 듯한 가슴

내리는 소낙비가

머리카락에서 얼굴로 흐르고

그 사이로 가슴 시렸던 시간

생각이나 눈물을 살짝

함께 흘려 내려 보낸다

누가 볼 수록 없도록

누가 알지 못 하도록

이렇게 이렇게 내 가슴은

숨어서 그리움을 지키고

숨어서 눈물을 흘리고

비 오는 날의 하루는

숨어서 보내지 못하는 편지를 쓰고

흘러 가는 빗물에 발신지 없는 곳으로 띄워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