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도 멈추던 날 / 향린 박미리

 

얼마나 셀렜을지

공부하는 사슬도 잠시 벗고

초원속으로 봄속으로 안길 생각에

얼마나 부풀었을지

밤하늘 가르던 선상위 축포처럼

뜨거운 웅비의 다짐

청춘의 구만리 앞날, 그처럼 날거라며

얼마나 가슴 벅찼을지

아들아 딸아 불러봐도

대답없는 눈망울들아

차가운 바다에 포박된 공포

얼마나 무서웠을지

든든한지 아닌지

두드려  보고 건너야 했거늘

덜커덕 앞장선 어른들이 미안쿠나

이 죄를 다 어이하리

아무리 눈물을 바친들

없던 일이 되랴만

너희들 삼킨 저 바다도

미안하다 우는 구나

못다 핀 넋 앞에

달리던 신록도 멈춰선 날

잔인한 봄 하나가

또 가슴에 박히는구나.....

   -모셔온 글-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