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트루원

혹시 모를 일이다.

저 할머니,

젊은 시절 어느 한 때,

가늘디 가는 참빗으로

결결이 곱게 빗은

숯검정 같은 머리칼 속에

광채 번득이는 은잠 지르고,

갯가 수양버들 휘청 흔들리는 것만 보아도

보일락 말락 은은한 미소를 짓던

해쓱하리만치 희디 흰 얼굴의

그런 여인네였을지

혹시 모를 일이다.

저 할머니,

젊은 시절 어느 때,

동네 총각 가슴

죄다 싱숭생숭 들쑤셔 헤집고도 모자라

상사병 난 총각 한둘 쯤

목 매달고 죽었다는,

우물에 빠져 자진케 했다는 소문을

전설처럼 갖고 있었던

그런 여인네였을지

혹시 모를 일이다.

가다보니 어쩌다

비좁은 골목길을 가로막은

파지 얹은 리어카를 밀고 가는

저 할머니.

어느 뉘의 뒷바라지를 위해

저렇게 펴지지도 않을 허리가 되고도

아직도 쉬질 못하는 처지가 되어서는

온전했던 모습의 절반만 남은 체구로

비키라는 자동차들의

앙칼진 경적 소리를 들어야 하시는지...

바쁘신가들? 그래도 그래!

경적 그만 울리시라!

그래 봤자

할머니 귀도

애저녁에 어두워지신 것 같으니...

골목길을 벗어나며 했던

작은 기원 하나,

" 할머니, 언덕 만나지 마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