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도.

소주에 슬슬 정신이 흐릿해져가면 이윽고 

습관처럼 생각이 곰곰해집니다.

술집과 고깃배.

술집 창 밖 오이도 먼바다에는  

불을 밝힌 배들이 수평선을 따라 점점이 떠 있고,

그 배 안에서는 귀가 먹을 만치

무지막지한 엔진 소리에 둘러싸여

제 식솔 걷어 먹일 돈벌이에 여념이 없는 뱃사람들이

잔뜩 핏줄이 불거진 팔뚝에

불끈불끈 힘을 주고 있었을 겁니다.

그들은 지금 바닷속을 고되게 헤집고 있고

우리는 그들이 애써 잡아낸 것을

해롱해롱 안주로 먹고 있지만

그들도 우리처럼 어느 날은

소주 한 잔, 또 한 잔에

세상 시름쯤 별거 아니라고 우스워할 만큼

취해가기도 하겠지요.

오이도의 밤은 그렇게 깊어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