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시>

우체통속에 이야기

               이양우

누군지 내 우편물 곁에서

긴 한숨을 내쉬고 있습니다

그 편지에게 내가 물었습니다

피곤한지요?

아닙니다 좀 답답해서요

우릴 꺼내어 갈 시간이 다 되었을 텐데

그러자 다른 편지가

나에게 물었습니다

어디를 가시는 길이예요?

네 저는 잡지사로 가는 중입니다

시 한편을 전달하려고요

네, 저는 요 방송국으로 간답니다

드라마 청취소감을 전하려고요

긴 한숨을 내 쉰 편지가 말했습니다

저는 요 우편번호가 안 쓰여 있어요

아하, 그럼 되돌아 올 건데

우편버호 없는 편지는 걱정이 되었습니다

곁에 어느 엽서 편지가 말했습니다

저는 꽃씨를 주문하러 가는 중이에요

주인아주머니께서 베란다에 꽃을 심으려고

봄 화단을 장식하련답니다

아름답네요

내가 말했습니다

어느새 집배원 아저씨께서

우리를 꺼내 갔습니다

모두들 가자,

우편번호가 없는 녀석은 걱정이 태산 같았습니다

잠시 함께 머물었던 편지들은

눈물을 머금고 헤어졌습니다

다음에 만나요

잘들 가세요

모든 인연은 잠시인 가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