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밤 어느 꿈속에서,,,/ 무인도






얼기설기 엮은 흙집 하나면 충분하다
하늘이 보여도 그 사이로 별이 떨어져도 좋다
비바람만 피할 수 있다면
언제나 떠나지 않고 내 곁을 지켜주는 나무들이 있고
나무를 닮은 그대만 있다면...




시간을 재촉하며 흐르는 개여울
시간이 멈추어 세월을 담아둔 작은 웅덩이 하나
흙을 파헤치며 맨발을 내디디면
내면에 움틀 이다 분출되는 그 무엇
대지의 촉감을 느끼며 내 안 깊숙이 파고든다
깊게 뿌리를 내린 영감들이 꿈꾸는 자유
자연인지 사람인지 구분조차 예매한
자유로운 사고를 지닌
한 그루 나무이고 싶다




영악하고 약삭빠르게 옮겨 다니는
부평초 같은 인간들보다
늘 같은 자리를 묵묵히 지키는 나무들
벙어리지만 지조를 간직한 그들이 더 미덥다
모든 걸 벗어 던진 나목
관습을 배격하고 전통을 무시하러
스스로 껍질을 벗어 던지고
하나의 나목이 되어 대지에 뿌리를 내린다




흙을 일구며 땀 흘리고
햇빛과 바람에 감사해 하며 비를 기다린다
독초가 아닌
자연의 잎사귀로 향내를 피우고 싶다
위에 전해오는 포만감은 적을지라도
언제나 허기져 분출하듯 팽팽해 오는 그 무엇
마음과 몸을 가득 채워
가벼운 영혼이 충만하게 부풀어 올라
알몸의 정신만은 터지도록 살찌워
부족함도 원도 없이 그렇게 살고 싶다




지조가 곧은 나무 곁에서
곧은 절개를 배우며
어떤 경우든
자신이 서 있는 자리를 스스로 떠나지 않고
대지에 뿌리를 내리고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벌려
그늘진 응달이나
비탈져 후미진 곳이나
심한 바람이 일지라도
겸허히 자기 삶에 순응하며 받아들여
불평은커녕 맹목적일지라도
묵묵히 순종하는 자세로 우르르 보는 하늘




한곳에 머물지 못하고
부평 같은 인간을 비웃으며
푸른 기상이 한낮의 뙤약볕과 힘을 겨룬다
자신과 타인을 위하여
한 줌 그늘을 가지려 힘을 겨룬다
그가 주는 그늘에 자리한다
조각난 햇살이 부서진 틈 사이로 바람이 불어온다
맨발에 전해오는 대지의 숨소리,,,




밤이 되면
뽀얀 달빛에 몸을 씻으려는
사슴발자국 소리가 들려오면
그대도 나도
알몸으로 몸을 씻는 사슴이고 싶다
달빛에 몸을 말리며 별 이야기를 나누다
그대도 나도
하나의 별이 되어
밤하늘로 사라지고 싶다




영혼과 정신이 전부이며
살아 움직일지라도 기교만은 아니 곱다
바람이 전하는 소리를 들어 바람의 언어를 익히고
별빛이나 달빛처럼 만질 수는 없을지라도
가슴에 담아 꺼내 쓸 수있는
내 영혼이 가장 사랑 스러운 존재가 될 때까지
산골의 흙집을 떠나지 않고 살고 싶다
그대 영혼이랑... 







한여름 산골 오두막에서,,,무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