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꽃이여 무심한 향내여,,,/ 무인도

이른 새벽,,,노오란 밤나무 위
까치의 울음소리엔
끈적한 밤꽃의 진한 향기가
밤새 뒤척이며 고이다
새벽으로 묻어난다
이 아침 향기 하나로 처음을 기억하며
가만히 불러보는 이름
밤꽃 향내로 깨어나는가
짙은 울림의 향,,, 그대여

밤새도록 뒤엉켜
지친 그리움의 실체를 더듬고
애처로이 새겼던 사랑의 이름
다시 맞은 새 날의 첫머리
그를 향한 첫 시선
맑아오는 가슴에 그를 담는다
심장의 박동으로 시작되는
생명의 위대함 그자태로 다가오는
그를 채운 가슴 하나만으로
열어가는 하루는 참 새롭기도 하다

처음 머문 시선은
그토록 환한 빛
오래 머물던 시선은
눈시리게 처연한 모습
유려하고 유장한 발걸음으로
다시 다가오는가
새날은 항상 환한 장밋빛으로 와
꽃잎 떨굴 때마다 짙은 자취만 남기는가
척박하고 황량한 풍광의 그늘
삶의 후미진 언저리는
한치 앞을 내다볼 수없는 연무 속
잔인한 세파를 가르며
얼룩진 빛살로 다가와
밝음에로 찬연히 다시 열려지는가

세상은 꿈꾸는 자
환영을 쫓는 자의 몫
황폐화된 삶의 현실 속에서
지선지미함을 꿈꾸는 환상
절망의 한계에 부딪혀가며
현실을 뛰어 넘으려는 안간힘에도
창밖 자욱히 묻혀오는 안개의 걸음에도
흔적없어도 묻어나는 밤꽃향
코끝 간지럽히는 향내,,,
그대 다가서는가

최초의 시선
각인된 처음의 풍경
오늘 하루 첫 기억이 만나 멈춰선
굳어버린 딱딱한 화석 더미에
맺혀오는 그리움의 물기들,,,
잃어버린 시선
잃어버린 순수
잃어버린 무엇으로의 갈증이
잃어버렸던 풍경 앞에 오래 서있게 한다
그를 마주하면 근질거리는 겨드랑이
깃털같이 가벼이 돋아나는 조각
그날의 꿈이 퍼득인다

이 아침
현실 밖의 만남,,,
비록 그것이 몽환의 의식일지라도
뻑뻑한 창틀 밖의 푸르름을 기억한다
하늘을 나르는 새를 꿈꾼다
자유에로 향하는 지친 퍼득임
고공을 비상하는 나래짓
갈망하는 자유의 간절함
거침없이 창공을 가르는 만끽하는 나의 하늘
깃털같은 세월 흩뿌리며
스치우는 아름다운 모든 것을 바라본다.

한무리지어 흘러버린 강물은
추억으로 다시 돌아 흐르는가
그 추억마저 강물되어
그렇게 시간 속으로 흘러갈 뿐,,,
밤나무 가지에
맑은 바람이 걸리니
절로 내뿜어지는 짙은 밤꽃향
그대없이도
아름다이 흩어지는 향은
의미없이 일렁이는 시가 되어
이름 없는 곳, 이름 없는 자의
무심한 가슴마저 흔드는가

내 생애 그를
처음 담았던 가슴이 되어
하루의 빛살을 가득 채운다
처음의 떨리움
그 음성으로 불러보는 아직 그 이름
벅차오르던 그 처음인듯
하루를 열어 간다
까치가 우니 밤꽃이 진다
반가움의 소식 밤꽃 향내에 묻혀
여린 걸음으로 다가오려나
이 아침 그대 발자욱 소릴 듣는다
밤꽃이여 무심한 향내여
오늘따라
그대 향기 어지럽구나,,,

향내짙은 새벽 깨어있는 모든이를 위하여,,,무인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