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평화상에 유누스 그래민 은행 총재


~~서울평화상에 유누스 그래민 은행 총재~~경향신문




신용대출은 인권이다.

서울평화상문화재단(이사장 이철승)이 6일 제8회 서울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한 무하마드 유누스 방글라데시 그래민은행 총재(66·사진)는 이같은 신념을 실천하기 위해 대학 강의실을 뛰쳐나와 가난한 사람들 속으로 뛰어든 빈곤퇴치 운동가이다.

빈자(貧者)의 대부이자 빈곤 해결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인물로 평가받는 그는 1940년 방글라데시 남부 치타공에서 부유한 보석 가공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는 가난을 모르고 성장했다. 유복한 환경에서 다카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벤더빌트대학에서 경제학박사 학위를 딴 뒤 귀국, 명문 치타공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데 전념했다.

서구의 경제이론을 설파해 조국의 가난을 구제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경제학자는 74년 방글라데시에 닥친 대홍수로 인해 눈앞에서 굶어 죽어가는 빈민들을 보고 학문과 학자의 한계를 절실히 느꼈다.

그는 강의실을 박차고 나와 빈곤의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73년 대학 인근 조브라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이 고리대금업자의 횡포에 시달리는 현실을 목도하고 마을사람 42명에게 27달러씩 빌려주었다. 담보 없이 돈을 벌면 갚으라는 조건만 붙였는데 이것이 30여년 만에 지점 2,185개, 직원 1만8천여명으로 성장한 그래민은행의 출발이었다.

유누스 박사는 “가난한 사람이 빈곤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해 주지 않는 사회적 제도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대출의 개념을 바꾸었다. 은행은 담보를 요구한다. 신용대출이어도 직업과 배경이 있어야 가능한 게 현실이다.

그러나 그래민은행의 대출자격은 특이하다. 최초 대출자격은 담보가 전혀 없을 만큼 가난해야 한다는 것. 무담보로 1인당 약 150달러의 소액대출을 주로 하는 이 은행의 원리금 상환비율은 98%를 상회한다. 대출금은 100% 예금으로 충당하는데 그 가운데 65%가 대출자들의 예금이다. 소액대출을 통해 가난을 벗어난 사람들이 다시 빈자를 돕는 식이다.

유누스 박사가 창안한 무담보 소액대출은 전세계로 전파돼 100여개국에서 시행되고 있다. 유누스 박사는 수상자로 선정된 후 “무담보 소액대출 제도는 빈민에게 경제적 안정을 가져다 주는 열쇠라고 생각한다. 나와 그래민은행이 펼쳐온 빈곤퇴치 운동에 대한 노력을 인정받아 매우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19일 열리며 상금 20만달러가 주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