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 다 림 ♧ 



저 있는 곳에 오시지도 않고 

자주 기웃거리기만 하시다가 

내가 쉬고 있으면 

그대도 함께 쉬고 계십니다 



날 새고 날 저무는 시간이 

번개 같이 회유하다 사라지거늘 

나이 늘어가는 우리들은 

나 보다 너를 

너 보다 서로를 

챙기면서 흘리는 인생인가 봅니다 



덧없이 밀려나는 세월가에 

비구름 가득 채워저 있는데 

그대 자욱히 비구름에 갖혀 

쉼 없는 휴식을 밟다가 

행여 미끄러저 소나기로 쏟아진다면

차라리 그런 절차를 따라서라도 

소나기에 흠뻑 젖어

우리 서로 가까워젔으면 좋겠어요 



조금 아니게 섭하다 싶지만 

모습 마저 희미해지는 안타까움 

어서 태양의 빛무리가 몰려와 

밝은 당신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어서어서 비구름 걷히고 

오고 가는 길목 넓혀젔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