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3년째 연애중인 20대 중후반 커플입니다.

남자친구는 저에게 항상 한결같은 마음으로
잘해주고 참 자상한 사람이에요. 중간에 몇번 헤어졌지만 단 한번도 저에게 먼저 이별을 고한 적 없고 제가 잘못해서 싸우게 되어도 항상 먼저 사과하면서 화해하려고 애쓰는 스타일이에요. (차태현 같은..)

저는 지금 이 남자 아니면 결혼은 커녕 연애도 못 할 것 같고 이 사람이 너무 좋아요. 중간에 잠시 헤어졌을 때 이 사람을 잊으려고 조건 좋은 남자랑 소개팅도 해봤지만, 말도 잘 안 통하고 남자로도 안 보일뿐더러 비교가 너무 많이 되더라구요.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제가 연애중이라는걸 저희 가족들은 아무도 몰라요. 연애 초반에 말씀 드렸다가 너무 심하게 반대를 하셔서 헤어지게 됐었거든요.

반대하셨던 이유는 그 당시 남자친구가 2년정도 만나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저와 사귀게 된거라 부모님 입장에서는 제가 그 둘 사이의 중간에 껴서 그 사람을 뺏어온 듯한 기분이 드셨나봐요. 단순히 우린 친구 사이였고 헤어진 이후 좋은 감정이 생겨서 연인이 된거였거든요. (부모님이 좀 보수적이세요)

암튼 그 이후 이렇게 비공개로 연애를 하게 됐어요.
이젠 결혼을 생각할 나이가 되어가고 그 사람과 저는 자연스럽게 함께 미래를 그려나가고 있구요. 여기서 문제는 부모님께 공개하면 어떤 반응이실지 너무 두려워서요. 오랜 시간동안 만나왔다는 사실을 알게되시면 정말 호적에서 파이는건 아닐지..?

굉장히 큰 시련이 찾아올 것 같아 벌써부터 심적으로 힘이 드네요. 저는 음대 졸업 후 지금 대학원 시험 준비중이고 남자친구는 전문대 다니다 자퇴하고, 지방 4년제 대학을 합격했었는데 제가 반대해서 입학 포기하고 지금은 사이버대학으로 수업 들으면서 월250-300정도 버는 성실한 직장인이에요.

음. 그런데 저희 엄마가 대졸은 요즘 중학교 졸업한 것 밖에 안된다고 생각하실 정도로 학력을 중요시 여기시는 편이라.. 일단 학벌이 걱정이 되구요.

저희와 관련없는 어떤 일을 겪으신 후로 키작은 사람은 남자답지 못하다(?)는 생각도 조금 하시는 듯 해요. 저희 아빠가 172정도 되는데 남자친구는 제가 봤을 때 162-3정도 되는 것 같아요. 저는 156이구요.

그리고 여느 딸가진 부모님들 생각과 마찬가지로 집안도 좀 좋았으면 하시는데 남자친구 집은 정말 평범한 보통 집안이구요. 아버님이 사업하셔서 빚도 좀 있으세요.

그리고 연상인 남자를 만나길 바라시는데,
저랑 남자친구는 동갑이에요.

부모님들은 딸이 결혼해서 고생할 것 같으면 절대 시집 안 보내려고 하시잖아요. 그런데 남자친구 어머님 아버님은 정말 좋으신분들이거든요. 요즘 들어 저의 남자친구에 대해 잘 모르는 어른들이 저에게 도움 되라고 하시는 말씀이 대부분 부모님이 반대하는 결혼은 하지 마라. 다 너 좋으라고 하는 말이다. 어느정도 니 수준에 부합하는 사람이랑 결혼해라. 시댁 될 집안이 잘 사는게 좋다. 더 좋은 남자도 세상에 넘친다. 이런 얘기를 들으니 좀 마음이 안 좋더라구요.

잠이 안 와서 끄적이다보니 글이 길어졌네요.
저도 고생할 길이 보이는 결혼이라면 절대 하고 싶지 않아요. 저는 어느정도 돈을 모아서 결혼을 하고 싶고, 부족함 없이 행복하게 살자는 주의거든요. 그런데 남자친구는 먹고 살 만큼만 있으면 되지. 결혼하는데 그렇게 큰 돈이 필요하진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이 부분 때문에 살짝 투닥투닥 하긴 했으나 배려심 깊은 사람이라 어차피 제가 하자는대로 하겠지만....
결혼하신분들 생각 또는 결혼을 앞두신분들 얘기를 듣고 싶어요.
물론 아직 나이가 많은 편은 아니라 지금 남자친구가 제 남편이 되지 않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여러 가능성들은 열어둬야 하는거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도 굉장히 애틋하니까..

이 사람과 저, 결혼할 수 있을까요?
(악플은 피해주세요. 단순히 딸 가진 부모님들의 마음을 잘 몰라서 여쭤보는 것뿐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