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0대 중, 남자는 30대 후, 만난지는 1년이 못되었고, 3-4개월 남겨둔 예신입니다.

저희는 혼수, 결혼준비, 친정 혹은 시댁문제는 거의 없는 상태입니다. 

부모님께 서로 도움은 전혀 받지 않기로 했고 모든 것은 저희가 알아서 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자산은 없어도 서로 왕성하게 활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둘이 힘을 합치면 안될것도 없다 생각하고 있지요.. 0 부터 시작하자..그래 함께라면 얼마든지..

돈은 사실 있다가 없을 수도 있고.. 없다가 생길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둘다 경제적으로 천국에서 지옥을 오간 경험이 있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분은 그다지.. 글쎄요.. 사람의 속내란 그 누구도 저 깊은 곳까지는 절대 알 수 없다는것을 요즘 많이 느끼고 있지만 저는 이제껏 최소한.. 경제력을 보고 사람에 대해 고민을 하거나 선택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대기업에서 일하고 있고, 남자는 조그만한 사업을 하고 있어요.

그는 ,적어도 제가 보기엔, 힘들거나 슬픈 자기 상황을 비관하기 보다 어떻게든 버텨 무엇인가를 조그맣게라도 만들어내는 굉장히 현실적이며, 적극적인 사람입니다. 인생 롤러코스터 타며 그 누구의 도움없이 여기까지 오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들었을 때 저도 모르게 눈물이 납니다. 저도 비슷한 과정을 걸어서였을까요. 얼마나 힘들었을까 안쓰럽고..또 어떤면에서는 대단하다 생각도 들고..

그런데 일면으로는 자아가 굉장히 강하고, 고집이 센 편입니다.

저는 첫 공채 입사 무렵부터 집이 기울어져, 사회생활을 시작하자마자 빚을 지게 되었어요.

사회생활 3년차 까지 내가 왜 돈을 벌어야 하는지에 대한 감흥없이 그저 열심히 일만 해왔지요. 그간 많이 울기도 했고, 그러나 그 다음날에는 희망을 품고.. 그렇게 여기까지 왔습니다.

한동안 심한 우울증을 겪고 어느날 문득 이렇게 하루하루 찌질하게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에 사실 중간에 손을 놓았던걸 지금은 후회하고 있지만요..그러나 마음만 먹으면 1년만에라도 금방 갚을 수는 있을것 같아요.. 결혼 준비하고 부터는 지금 그러고 있구요.

저희는 그렇게 자주 다투는 편은 아니에요.. 그리고 제 자체가 연락을 자주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서로 일 잘 마치고 못 만나면 저녁에 통화 한번 하고.. 그가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그에게 뭔가 일이 생긴것 같아도 캐뭍는 스타일도 아니랍니다. 그래도 주중에 한번은 만나고, 주말에는 왠만하면 즐겁게 같이 보내고 그랬어요.

그런데 최근 '뭔가 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어요.

결혼 날짜를 잡고 무슨 심경의 변화가 생겼나..? 이런 느낌이 들 찰나, 그저께는 하루내내 연락이 안와서 무슨일이 있나 걱정은 되면서도 일부러 연락을 안했어요. 그런데 그 다음날 전화가 와서는 '사업상 무슨 금전관련 일이 터졌으니 자세하게는 묻지는 말고, 하면서 아는 드레스 업체에서 얼마까지 저렴하게 해주겠다는 얘기를 하더라구요..' 원래 문제가 생겨도 '그거는 그거, 이거는 이거' 하는 스타일이긴 한데 그럴때 본인만의 아웃라인을 건드리면 뭔가 폭발하는 타입입니다.

그가 아는 업체 통해서 하려니, 꼼꼼히 물어보기도 좀 그렇고, 별것도 아닌것으로 언쟁이 생기는게 싫어서 그냥 원래 플래너끼겠다고 했더니 밤 늦게 전화가 와서는.. 우리 결혼할때 비용이 총 얼마 들까..? 해서 통화로 메모를 해보았어요.. 금전적인 문제가 생긴 상황에서 오빠가 압박을 많이 받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예물, 예단, 비행기 표는 제 마일리지로 해서 스드메와 신혼 여행 경비 말고는 크게 들어가는 것은 다뺏거든요.. 그래도 스드메 가격을 좀 다운 시키자고 해서 내키지는 않았지만 알겠다고 하고 끊었어요..

그리고 오늘, 주말에 그가 친선시합이 있는데 카톡으로 주말에 비온다며 농담을 했더니, 장문으로 문자가 옵니다.

'지금 상황안좋으니까 시비걸지 말고, 나는 무슨 시합때문에 이번 주말을 내내 기다려왔는데 비와서 못하게 된게 자기는 그렇게 좋으냐며 농담같지 않은 농담을 하지 말고, 웨딩 준비는 저 좋은거 하는데 자기 의견 수렴할것 아니면 물어보지 말고, 주말에 집에 다녀온다고 했으니 다녀와'

저도 사람인지라 그래도 몇마디 대꾸했더니.. '결혼 취소 할까..' '끝까지 잘났다고 시비걸어봐 아주'라고 하는데.. 황당.

별 대꾸 안했어요.. ' 요즘 자기한테 내말이 다 시비로 들리는것 같으다. 이번주에 아빠 집에 간댔는데 오빠가 답이 없어서 주말 시합 따라갈랬는데 비온대서 어떻게 할지 의미 없는 농담 던져 물어보려 한 것 뿐이다. 암튼 알겠고, 뭐든 태클로 들렸다니 미안하고, 혼자 시간 잘 보내' 끝-

사실 오늘로서 오빠입에서 결혼 취소 얘기가 나온게 두번째에요.. 다 좋아요.. 그의 삶에 대한 자세, 열정. 다 좋은데 본인 자아가 너무 강한 편입니다. 가끔 대화 하다보면 이견이 생길 수도 있잖아요 ? 그럼 왜 못아들은척 하냐며 짜증을 내기도 하고, 가끔 이럴때는 하대 받고 있는 느낌이 들어요..나름 못배운 사람은 아닌데..

누구든 상황이 안좋을 수 있잖아요.. 그렇다고 "내가 지금 상황이 어떠니, 서운해지더라도 이해좀 부탁한다' 얘기하기가 그렇게 힘이 든건가요?

본인 상황이 안좋으니 얼마든지 예민할 수는 있지만, 제가 죽을 짓을 한것도 아니고, 기분이 나쁘면 따끔하게 얘기하고 넘어가도 될 일을 '계속 시비조로 말대꾸하면 결혼 취소할까?' 로 결부 시키니.. 좀 기분 나쁘고 황당합니다. 물론 '왜 그래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이러고 톡은 끝이 났는데요.

한번도 아니고 두번째고,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할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지라, 전화를 걸어 진짜 나랑 결혼하기 싫은거냐라고 물어보니, 싫다 이런 말은 안하고 지금 돌아가는 상황이 진짜 엿(?) 같으니 자꾸 시비조로 건드리지 말라는 식으로 하고 뚜..뚜..

뭐가 시비인지 저는 정말 모르겠구요..!

저 원래 이런거 정말 안쓰는데.. 뭔가 다툼이 있을때마다 대화가 안되는 편입니다.

화가 나면 남의 말은 안들어가고 본인 말이 맞고 본인말 이해 못했으면 다시 생각해 이런 식입니다.

저도 돌아서야 하는건지 정말 고민되요.. 어쩌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