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하반기 공채 시즌 취업 스터디 한창 / 일부 연락두절·친목 도모 집중 등 ‘눈살’ / 구성원간 갈등·중도이탈도 다반사 / “목적의식 뚜렷한 사람과 함께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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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준비생 이모(30)씨는 얼마 전 약 6개월 가까이 계속해온 스터디를 그만뒀다. 적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해 절실하게 취업스터디에 임해온 자신과 달리 다른 스터디원들이 회식이나 소풍 등 친목 도모에만 몰두한다고 생각해서다. 이씨는 “다들 스터디 준비는 대충 해오면서 노는 데만 관심이 있어 보였다”며 “현재 취업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스터디를 찾고 있다”고 털어놨다.

경기도 부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행정실무사로 근무하는 전모(26·여)씨는 대학 전공인 스페인어를 다시 공부하고 싶어 수소문 끝에 한 스페인어 스터디에 가입했다. 그러나 스터디장의 강압적인 태도 때문에 공부는커녕 스트레스만 쌓여가고 있다. 전씨는 “다들 직장 다니는 걸 뻔히 알면서 과제를 과하게 내고, 사정이 있어 못 나가기라도 하면 스터디를 그만두라고 하기도 했다”며 볼멘 소리를 했다.

취업이나 시험에 대비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모인 스터디에서 이씨와 전씨의 사례처럼 마음고생을 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기업 하반기 공채 시즌을 맞아 카페나 스터디룸이 취업 스터디로 붐비고 있는 이맘때쯤이면 스터디를 그만두거나 다른 스터디원과 갈등을 빚는 일도 덩달아 늘어난다.

1일 YBM한국토익위원회가 토익 정보 블로그 ‘토익스토리’의 방문자 314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취업에 ‘스터디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82.3%에 달했다. 응답자들은 스터디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꼴불견’ 스터디원으로 인한 고충이 만만치 않다고 입을 모았다.

스터디 당일에 갑자기 연락이 안 되는 ‘연락두절형’ 스터디원 때문에 눈살을 찌푸린 적이 있다는 응답이 27.4%로 가장 많았다. 대학 4학년 2학기에 재학중인 박모(24·여)씨가 겪은 일이 대표적인 예다.

박씨는 지난 여름방학 시작 무렵 한 교내 취업 스터디에 들어갔지만 곧바로 그만둬야 했다. 함께 공부하기로 한 다른 스터디원 2명이 첫 모임 이후로 연락두절됐기 때문이다. 그는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큰 마음 먹고 취업준비를 하려 했는데 두 번째 모임에 연락도 없이 아무도 안 나타나 무척 당황스러웠다”고 말했다.

이 밖에 스터디보다 술자리 등에만 관심을 가지는 ‘친목형’ 26.1%, 결석이나 지각을 밥 먹듯 하는 ‘핑계형’ 19.8%, 독단적으로 스터디를 진행하는 ‘독재형’ 14.4%, 과제를 하지 않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하는 ‘나 몰라라형’이 12.3%인 것으로 나타났다.

함께 하고 싶은 스터디원을 묻는 질문에도 이 같은 설문 결과가 영향을 끼쳤다. 절반이 넘는 62.1%가 ‘취업에 대한 의지’가 강한 사람과 스터디를 하고 싶다고 응답했다. 복수 응답이 가능했던 이 질문에서 ‘희망 직무 또는 직종’이 같은 사람 49.8%, ‘토익, 토익스피킹 등 어학성적’이 높은 사람 26%, ‘거주지역’이 가까운 사람 24.9%, ‘지난 공채에서 전형별 합격률’이 높은 사람이 8.2%인 것으로 조사됐다.

곽금주 서울대 교수(심리학)는 “구속력이 없다는 스터디 특성상 구성원 간 갈등이나 이탈은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며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개인주의가 팽배해진 상황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나 책임감이 부족해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스터디를 구성할 때는 목적의식이 뚜렷한 사람, 책임감과 성실함이 뒷받침되는 사람을 찾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사진=게티이미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