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독일 남부 뮌헨에서 이란 난민 가정 출신 10대의 총기 난사 사건이 일어난 지 이틀 만에 이곳에서 멀지 않은 소도시에서도 시리아 난민에 의한 자살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유럽 내에서 테러 안전지대로 여겨져 온 독일에서 1주일 사이 4건의 난민 테러·살인 범죄가 잇달아 벌어지면서 난민 포용 정책을 펴온 앙겔라 메르켈〈사진〉총리는 정치적으로 궁지에 몰리게 됐다.

24일(현지 시각) 오후 10시 10분쯤 독일 바이에른주 안스바흐의 야외 음악 축제 공연장 인근에서 시리아 난민 남성(27)이 메고 있던 배낭 폭탄을 터뜨렸다. 이 사건으로 이 남성은 그 자리에서 사망하고 시민 15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 난민의 휴대전화에서는 이슬람국가(IS)에 충성을 맹세하고 독일에 보복을 다짐하는 동영상이 발견됐다. 독일 당국은 "이번 사건은 테러 공격"이라고 밝혔다.

'지금까지 독일은 운이 좋았을 뿐이다. 이제 독일도 프랑스·벨기에처럼 테러에서 벗어날 수 없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FT)는 24일 독일 정보 담당자들을 인용해 이렇게 보도했다. 독일에서 중동 난민 테러·범죄는 언젠가 폭발할 수밖에 없는 '시한폭탄'이었다. 독일은 지난해 난민 110만명을 받아들였다. 그전 해 17만명의 6.5배에 이르는 규모로 유럽 국가 중 숫자가 가장 많다. 시리아 출신이 43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아프가니스탄인 15만명, 이라크인 12만명 등이다.

난민이 급증하면서 이들에 의한 테러와 살인 범죄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8일 바이에른주 뷔르츠부르크 통근 열차에서는 IS를 추종하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17세 청소년이 도끼와 칼을 휘둘러 관광객 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 청소년은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했다. 지난 22일 뮌헨에서는 이란계 18세 청소년이 쇼핑몰 인근에서 총기를 난사해 9명이 사망하고 35명이 부상을 당했다.

이틀 뒤인 24일에는 안스바흐에서 '배낭 폭탄' 테러도 일어났다. 시리아 난민 범인은 공연장에 입장하려다 제지를 당하자 입구 근처 와인바 앞에서 폭발물을 터뜨렸다. 2년 전 입국한 그는 작년 난민 신청에 떨어졌으며 곧 불가리아로 추방될 예정이었다. 그가 거주해온 난민 수용 시설에서는 사제 폭탄 제조 장비와 원료가 발견됐다.

이날 오후 4시 30분쯤 바덴뷔르템베르크주(州) 로이틀링겐에서 시리아 출신 난민(21)이 흉기를 휘둘러 직장 동료인 폴란드 여성(45)이 숨지고 행인 3명이 부상을 입었다.

테러 사건이 발생한 곳은 모두 독일 남부로 중동 난민들이 발칸반도와 오스트리아 등을 거쳐 독일로 들어오는 통로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독일로 유입된 중동 난민 7명 중 1명 정도가 이곳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독일 당국은 난민들 틈에 숨어 몰래 들어오는 IS 조직원을 가장 큰 위협 요소로 보고 있다. 지난 1주일 사이에 일어난 4건의 테러·범죄 사건 중 2건도 IS를 추종하는 난민이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독일 정보 당국은 현재 708건의 테러 관련 조사를 진행 중이며, 여기에 연루된 용의자는 1029명에 달한다고 FT는 전했다. 지난달에는 뒤셀도르프에서 테러를 일으키려던 IS 일당 3명이 범행 직전에 체포한 일도 있었다. 독일의 국내 정보기관인 독일연방헌법보호청(BfV) 한스 게오르그 마센 청장은 "독일에 혼자 입국한 중동 청년 난민이 수만명에 달한다"며 "이들이 IS의 먹잇감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했다.

난민 관련 테러·범죄는 메르켈 총리에겐 정치적 아킬레스건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무슬림들의 잇단 공격 사건은 메르켈 정부에 단순히 도덕적 타격을 넘어 정치적 재난 사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메르켈 지지율은 작년 여름 67%에 달했지만, 올 초 쾰른 지역에서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집단 성폭행 사건을 일으키면서 40% 초반까지 떨어졌다. 최근 난민 유입이 줄면서 59%까지 올랐으나 이번 연쇄 테러·범죄 등으로 다시 하락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내년 가을 총선을 앞둔 메르켈에겐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독일 내 극우 정당·단체들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이들은 난민 정책의 실패를 거론하면서 메르켈 총리 퇴진을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극우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안드레 포겐부르크 작센안할트주 대표는 최근 트위터에 "(집권 여당을 구성하고 있는) 메르켈주의자와 멍청한 좌파들이 역겹다"며 "독일과 유럽에 테러를 가져다준 메르켈, 고맙다"고 비판했다. 지난 3월 독일 지방선거에서 AfD는 작센안할트주에서 득표율 24.2%로 2위, 바덴뷔르템베르크주에서 득표율 15.1%로 제3당에 오르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독일 국민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코트라 뮌헨 무역관 관계자는 "뮌헨 총기 난사 사건 이후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에는 잘 안 가려고 하는 사람이 생기는 등 독일 사회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정부의 난민 정책을 비판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