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종일반 2자녀 가구로 확대… 보육교사·맞벌이 요구 반영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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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맞춤형 보육제도 시행을 하루 앞두고 어린이집 요구사항을 대폭 반영한 수정안을 내놨다.

홑벌이어도 36개월 미만 자녀가 둘이면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고 맞춤반 기본보육료도 종일반과 비슷한 수준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로써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은 누그러졌지만 보육교사와 학부모의 요구사항은 빠져 ‘보육의 질 제고’와 ‘일가정 양립’이라는 제도의 취지가 무색해졌다.

정진엽 복지부장관은 3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학부모의 양육 부담을 추가적으로 완화하기 위해 종일반 이용기준을 0세반과 1세반(36개월 미만)에 해당하는 2자녀 가구까지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홑벌이 가구여도 36개월 미만의 자녀가 두 명이면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다. 원래 종일반이 가능한 다자녀 기준은 3자녀였는데 완화했다. 복지부는 “아주 어린 영유아 자녀가 둘 있으면 부모의 양육부담이 커 덜어주려는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속사정은 ‘종일반 대 맞춤반 비율’에 있다.

맞춤형보육은 어린이집 원아를 종일반(12시간)과 맞춤반(6시간)으로 나눠 이용시간에 따라 보육료를 차등지원하는 제도이다. 어린이집으로선 맞춤반 비율이 높을수록 손해보는 구조다.

그동안 정부는 ‘맞춤반 비율은 20%일 것’이라고 주장해왔지만 실제 신청집계 결과 3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엇나간 예측을 수습하고자 어린이집이 요구해온 다자녀 가구 완화 카드를 내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종일반 비율은 73%이지만 다자녀 기준 변경으로 80%까지 올라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맞춤반 기본보육료는 종일반과 동일한 수준으로 결정됐다. 보육료는 기본보육료와 부모보육료로 나뉘는데 맞춤반은 두 가지 보육료 모두 종일반의 80% 수준으로 하겠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었다.

그러나 어린이집 단체의 반발이 거세지자 기본보육료는 손대지 않고, 부모보육료만 삭감하기로 했다. 0세반 기준으로 보면, 맞춤반 보육료는 73만9000원으로 종일반(82만5000원)의 90%로 결정됐다. 맞춤반에 지원되는 긴급보육바우처까지 포함하면 79만9000원으로, 종일반과는 2만6000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정부의 수정안이 나오자 최대 어린이집 단체인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한어총)는 “그동안 갈등을 빚었던 부분에 대해 한어총 개선안을 수용해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보육교사와 맞벌이 가구의 요구사항이 거의 반영되지 않으면서 정부가 어린이집 눈치만 신경쓴 ‘날림 수정안’을 내놨다는 지적도 많다.

정부는 “맞춤형 기본 보육료를 삭감하지 않는 대신 이 부분을 보육교사의 처우개선에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강제성 없이 어린이집 단체와 구두로 합의한 내용이어서 공염불에 그칠 공산이 크다.

또 종일반과 맞춤반의 보육료 차이가 작아 ‘종일반 원아의 보육료를 더 많이 줘 맞벌이 부부가 눈치보지 않고 12시간 맡길 수 있게 하겠다’는 당초 취지를 얼마나 살릴지도 미지수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