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일정으로 의원 워크숍 참석
두 공동대표의 사퇴 다음 날인 30일 국민의당은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노련한’ 지휘로 체제 정비의 고삐를 죄었다. 부담에서 벗어난 안철수 전 공동대표 역시 큰 동요 없이 대권 행보로 옮겨가는 것으로 보인다. 박 비대위원장이 주장해 온 ‘당권·대권 분리론’이 자연스럽게 실현되는 모양새지만, 국민의당이 내세운 ‘새정치’ 이미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잘 부탁합니다” 리베이트 파문에 책임을 지고 상임공동대표직을 사퇴한 안철수 전 대표(오른쪽)가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당 정책역량강화 워크숍에서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악수하고 있다. 이재문 기자

◆안, ‘평의원’으로… 대권 가도 조기 시작

안 전 대표는 대표직 사퇴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이날 오전 의원 워크숍에 참석했다. 늘 앉던 가운데가 아니라 구석에 앉은 그는 기자들을 만나 “평의원으로서 국민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평온한 모습이었다.

안 전 대표 행보는 7·30 재보선 패배로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직을 사퇴할 당시와는 결이 다르다. 당시에는 정치권에서 퇴출당하는 것처럼 보였지만, 현재는 대권을 위해 일보 후퇴하는 전략적 선택의 성격이 강하다.

국민의당 안철수 전 대표가 30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정책역량강화 워크숍에 참석하고 있다. 이재문기자

이날 의원총회에서 박 위원장이 제안한 ‘전국 순회투어’에 안 전 대표 측이 긍정적 반응을 보이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박 위원장은 리베이트 수수 의혹으로 떨어진 당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당의 상징성 있는 인물’들이 지역 순회를 통해 당의 비전을 설명할 것을 제안했는데, 당의 얼굴인 안 전 대표 역시 참여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는 사퇴 당시에도 “당을 위해 할 일을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년 전 공동대표직을 사퇴할 때는 외부로 모습을 드러내는 일을 극도로 삼갔다. 순회투어는 당의 이미지 제고에도 도움이 되지만, 안 전 대표에게 관심이 모아지며 대권행보의 일환으로 전국 순회를 조기에 시작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게 안 전 대표 측 판단이다.

◆당권 틀어쥔 박지원… 일각 새정치 이미지 퇴색 우려

박 비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의총에서 “바쁜 꿀벌은 슬퍼할 시간이 없다”고 강조했다. 신속하게 당권을 틀어쥐며 위기를 수습하는 모습이다. 그는 내주 초 비대위를 구성키로 했고, 지역 조직과 당헌당규 정비를 지시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비서관 출신인 최경환 의원을 비서실장으로 임명했다. 의총에선 안철수, 천정배 공동대표 체제하에서 임명된 정무직 당직자 조직 개편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간 주장해 온 ‘당권·대권 분리론’대로 단단한 당권을 통해 킹메이커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박 비대위원장 행보는 당장 당을 안정시킨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하지만 안 전 대표 측에서는 경계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지역조직이 미비한 상황에서 당 장악력이 비대해져 당이 ‘호남당’으로 변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안 대표를 통해 형성된 당의 ‘새정치’ 이미지가 퇴색될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