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장 클로드 융커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좌측)과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이 기자회견장에 도착하고 있다. ⓒ AFP=뉴스1

[브렉시트 후폭풍] (종합) 英 단물만 빠는 '체리피킹' 차단
28~29일 EU 정상회담…캐머런, 리스본조약50조 발동 압박 거부

(서울=뉴스1) 최종일 기자,손미혜 기자,김혜지 기자 =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불참한 가운데 29일(현지시간)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 이튿날 일정에서 EU는 영국에 대해 역내 자유무역지대에 접근하기 위해선 EU 이민자들을 받아들이라고 경고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EU 정상들은 이날 회담을 가진 뒤 성명을 통해 영국은 "권리와 의무"에서 "삼국(third country)"으로 대우를 받을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날 회담에는 40년만에 처음으로 영국 대표가 불참했다.

도널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기자회견에서 5억명으로 이뤄진 EU 단일 시장에 계속 접근하기 위해선 "(노동) 이동의 자유를 포함해 4가지 모든 자유의 수용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4가지 이동의 자유에는 재화, 서비스, 노동, 자본이 속한다.

EU의 이 같은 입장은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지지자들에게 일격을 가하는 것이다. 이들은 영국 기업들이 EU에 제품과 서비스를 계속 쉽게 팔 수 있도록 보장하면서 동시에 대규모 EU 이민자를 제한할 수 있다고 공언했다.

전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EU 탈퇴 협상에서 영국이 "원하는 것만 취할(cherry pick)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여러 EU회원국 내에선 유럽회의주의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영국에 과도하게 우호적인 결별 조건을 제시하면 역내에 이탈 도미노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일 브뤼셀에서 EU 정상회담에 참석했던 캐머런 총리는 리스본협약 50조를 신속하게 발동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하지만 캐머런 총리는 후임 총리가 이를 맡을 것이라며 압박에 저항하고 있다. 보수(토리)당은 오는 9월 9일 새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EU 정상들은 탈퇴 통보(50조 발동)가 오기 전까지는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결별 관련 논의는 없다는 입장이다. 리스본협약 50조가 발동되면 다른 27개 회원국과 최소 2년간 협상을 벌이며, 협상 종료시 영국은 EU에서 자동 탈퇴된다.

제러미 코빈 영국 노동당 대표. ⓒ AFP=뉴스1

브렉시트 파급효과에 대해 전세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브렉시트가 진행되면 장기 글로벌 성장세가 타격을 받을 것이란 "진심어린 걱정"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글로벌 금융시스템의 복원력과 안정, 그리고 유럽의 순조로운 전환을 신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EU 정상들은 추가 이탈을 예방하기 위해 성명에서 "현상황에 대한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 보다 많은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에 입장을 같이 했다. 또 "보다 나은 미래뿐 아니라 안보, 일자리, 성장을 제공하는 데에서 유럽인들은 우리가 훨씬 더 잘하기를 기대한다"고도 했다.

◇더욱 거센 사퇴 압박

한편 영국 내에선 브렉시트 여파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야당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캐머런 총리를 따라 사임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

이날 캐머런 총리는 하원 총리질의에서 "(코빈 대표가) 대표직을 유지하는 것이 우리 보수당으로서는 좋을지 모르겠지만, 국가 이익을 위해 제발 떠나라"고 말했다.

노동당은 전일 코빈 대표에 대한 불신임안을 투표에 부쳐 찬성 172표, 반대 40표로 가결했다. 그러나 코빈 대표는 "노동당 및 지지자들로부터 60%에 달하는 득표율을 얻어 당대표로 선출됐다"며 "이번 투표는 헌법적으로 구속력이 없으며 사임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를 거부했다.

집권 보수당 내에서는 차기 대표 경선이 이날 후보 추천을 시작으로 막이 올랐다. 경선은 EU 탈퇴 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보리스 존슨 전 런던 시장과 잔류를 지지했던 테레사 메이 내무장관의 2파전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 "용기 얻어"

아울러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은 스코틀랜드의 EU 잔류가 쉽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EU 관계자와 차례로 만남을 가진 뒤 희망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날 스터전 수반은 브뤼셀에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유럽의회 의원들을 만나고 "(EU 잔류 추진 과정에서 겪을) 역경을 과소평가하지 않지만 오늘 수용적인 의향을 찾아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니콜라 스터전 스코틀랜드 자치정부 수반이 2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의 EU 본부를 방문,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등을 면담한 뒤 기지회견을 하고 있다. 니콜라 스터전 수반은 브렉시트 결정 이후 EU 잔류를 추구하겠다고 밝혔지만 쉽지 않은 길임을 인정했다. ⓒ AFP=뉴스1

스코틀랜드는 23일 국민투표에서 총 투표 인원의 과반인 62.0%가 EU 잔류를 선택했다. 영국 전체의 과반인 52%는 EU 탈퇴에 투표했다.

이날 스터전 수반은 "많은 이들이 스코틀랜드의 입장과 관련해 지지 의견을 표명했으며 EU에서의 위치를 지키려는 시도와 관련해 행운을 빌어줬다"고 밝혔다.

이어 "그렇다고 스코틀랜드에 저절로 쉬운 길이 열린다는 얘기는 아니다"며 "내가 강조한 현상황은 스코틀랜드가 만든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스터전 수반은 앞으로의 계획을 제시했다. 그는 "언젠가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개시되면 모든 가능성이 고려되게 하며 (그 과정에서) 스코틀랜드가 개입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스터전 수반은 재차 "오늘 밤 브뤼셀에서 긍정적인 기운과 낙관을 느끼고 떠난다"고 전했다.

스코틀랜드는 영국의 EU 탈퇴 결정 이후 EU에 잔류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면서 제2차 분리·독립 국민투표를 치르겠다는 입장이다.

스코틀랜드는 2014년 9월 독립 여부를 묻는 주민투표를 실시했다. 당시 스코틀랜드 주민들은 실리를 택해 독립에 반대했지만 독립 투표를 주도한 스코틀랜드독립당(SNP)은 지난달 5일 지방선거에서 스코틀랜드 의회 129석 중 63석을 차지했다.

출처: http://news.nate.com/view/20160630n19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