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 몇초 뒤 다시 '쾅'…대형 참사 부르는 2차 추돌사고 속출
최강긍정의힘 2016.06.30 08:27:22
연쇄 추돌 사고 현장[연합뉴스 자료사진] 
재난사고 대응 훈련[연합뉴스 자료사진} 2차 사고 치사율 60.3%, 일반 교통사고 치사율의 5배 달해 '치명적'
"비현실적 도로교통법 어겨야 사는 역설…차 버리고 탈출해 안전조치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지난해 2월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105중 연쇄 추돌은 사고 수습을 하던 차량을 들이받는 후속 사고가 잇따라 피해가 더욱 컸다.
당시 사망자가 3명, 부상자가 129명에 달했고, 차량 106대가 파손돼 13억 2천여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2차 사고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섭다.
고속도로 2차 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교통사고의 5배에 이른다.
한국도로공사가 2008∼2012년 5년치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차 사고 408건이 일어나 246명이 숨졌다.
치사율 60.3%다. 일반 교통사고 치사율(12.1%)과는 비교가 안 된다.
관계기관 등이 위험성을 아무리 경고하고 예방활동을 벌여도 2차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28일 오후 11시 45분께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나들목(IC) 인근 중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화물차와 승용차 8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방금 전 일어난 1차 사고로 서 있던 25t 덤프트럭과 승용차를 뒤따라 오던 SUV 등 차량 6대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로 이어졌다.
일반 운전자들뿐 아니라 사고 수습을 위해 출동한 경찰, 소방관도 2차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지난 1월 3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서부간선도로에서 교통사고 현장 수습을 하던 구급대원을 승용차가 치는 사고가 발생해 승용차 운전자가 숨지고 구급대원 3명이 다쳤다.
같은 달 3일에는 충남 보령시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에서 발생한 17중 연쇄 추돌 사고 현장에서 사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가 뒤에 오던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충북 북단양IC 부근 중앙고속도로에서 사고를 수습하던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승용차에 치여 숨졌고, 2014년 3월에는 경기 의왕시 월암IC 부근 과천봉담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처리 중이던 순찰차를 승용차가 추돌하는 일도 있었다.
국민안전처 통계를 보면 2012년부터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2차 사고는 연평균 503건에 달했다. 한 해 사망자가 33명, 부상자는 1천142명이나 된다.
2차 사고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법원은 사고에 조금이라도 원인을 제공했다면 강한 책임을 묻는 추세다.
청주지법은 2014년 자신을 향해 상향등을 켰다는 이유로 다른 차 앞에 급정차해 5명의 사상자를 낸 5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최모(당시 36세) 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소한 시비 끝에 차량이 고속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 6초 만에 속력을 완전히 줄여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키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과 안전의식이 없어 위협 운전이 만연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고속도로 빙판에서 미끄러져 정차한 차량 때문에 연쇄 추돌 사고가 났다면, 처음 정차한 차를 보지 못해 사고를 일으킨 차나 후속 추돌한 차 모두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도 나왔다.
2차 사고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관련 당국은 사고 예방책 마련과 홍보에 골머리를 앓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와 경찰청은 지난 2월 2차 사고 방지 대책을 내놨다.
야간 악천후 사고나 사고 장소가 교량 또는 결빙 구간이어서 2차 사고 위험이 클 때는 경찰이 현장을 감속유도구역, 방어구역, 처리구역으로 구분해 사고 수습에 나서기로 했다.
또 방호벽, 안전 경고등(도로에 세우는 경고등), 리프트 경광등(순찰차 지붕에 부착한 경광등), 불꽃신호기 등을 활용해 현장 안전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소방당국은 2차 사고가 우려되는 교통사고가 나면 출동 차량을 현재 2대(구급차와 펌프차 각 1대)에서 3대(구급차 1대, 펌프차 2대)로 늘리기로 했다.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차단 라인(파이어 라인)을 교통사고 현장에도 적용하고, '선(先) 안전조처 후(後) 구조활동' 업무지침을 철저히 지키도록 대원 교육도 강화했다.
경찰청은 재난문자 발송 시스템(CBS)을 활용해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사고 발생지 인근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에게 안내 문자 메지시를 보내는 제도를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2차 사고를 효율적으로 예방하려면 비현실적인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자동차 생산 단계부터 안전대책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자동차가 고장 나면 100m 뒤에 삼각대를, 200ｍ 뒤에 적색의 섬광신호·전기제등 또는 불꽃신호를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라는 지적이 많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차량이 시속 100㎞ 이상으로 달려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100∼200ｍ나 뒤로 걸어가느냐"며 "간신히 삼각대 설치에 성공해도 다른 차가 치고 가면 목숨까지 내걸고 헛수고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 조항을 곧이곧대로 따르다간 오히려 2차 사고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한 변호사는 "사고나 고장 시 재빨리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어둔 채 즉시 도로 옆으로 탈출한 뒤 갓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삼각대와 불꽃신호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에어백이 터지는 것처럼 사고 시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고 불꽃 사출기도 작동하게 자동차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현실적 도로교통법 어겨야 사는 역설…차 버리고 탈출해 안전조치해야"
(전국종합=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 지난해 2월 인천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기록적인 105중 연쇄 추돌은 사고 수습을 하던 차량을 들이받는 후속 사고가 잇따라 피해가 더욱 컸다.
당시 사망자가 3명, 부상자가 129명에 달했고, 차량 106대가 파손돼 13억 2천여만 원의 재산 피해가 났다.
2차 사고의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무섭다.
고속도로 2차 사고의 치사율은 일반 교통사고의 5배에 이른다.
한국도로공사가 2008∼2012년 5년치 고속도로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2차 사고 408건이 일어나 246명이 숨졌다.
치사율 60.3%다. 일반 교통사고 치사율(12.1%)과는 비교가 안 된다.
관계기관 등이 위험성을 아무리 경고하고 예방활동을 벌여도 2차 사고는 끊이지 않는다.
지난 28일 오후 11시 45분께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나들목(IC) 인근 중부고속도로 하행선에서 화물차와 승용차 8대가 잇따라 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크게 다쳤다.
방금 전 일어난 1차 사고로 서 있던 25t 덤프트럭과 승용차를 뒤따라 오던 SUV 등 차량 6대가 미처 발견하지 못해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로 이어졌다.
일반 운전자들뿐 아니라 사고 수습을 위해 출동한 경찰, 소방관도 2차 사고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된다.
지난 1월 30일 새벽 서울 영등포구 서부간선도로에서 교통사고 현장 수습을 하던 구급대원을 승용차가 치는 사고가 발생해 승용차 운전자가 숨지고 구급대원 3명이 다쳤다.
같은 달 3일에는 충남 보령시 서해안고속도로 상행선에서 발생한 17중 연쇄 추돌 사고 현장에서 사고 차에서 내린 운전자가 뒤에 오던 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지난해 10월에는 충북 북단양IC 부근 중앙고속도로에서 사고를 수습하던 한국도로공사 직원이 승용차에 치여 숨졌고, 2014년 3월에는 경기 의왕시 월암IC 부근 과천봉담고속도로에서 교통사고 처리 중이던 순찰차를 승용차가 추돌하는 일도 있었다.
국민안전처 통계를 보면 2012년부터 3년간 발생한 교통사고 2차 사고는 연평균 503건에 달했다. 한 해 사망자가 33명, 부상자는 1천142명이나 된다.
2차 사고 피해의 심각성을 고려해 법원은 사고에 조금이라도 원인을 제공했다면 강한 책임을 묻는 추세다.
청주지법은 2014년 자신을 향해 상향등을 켰다는 이유로 다른 차 앞에 급정차해 5명의 사상자를 낸 5중 추돌 사고를 일으킨 최모(당시 36세) 씨에게 징역 3년 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사소한 시비 끝에 차량이 고속 주행하는 고속도로에서 6초 만에 속력을 완전히 줄여 연쇄 추돌 사고를 일으키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며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한 물건이 될 수 있는 자동차를 운전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책임의식과 안전의식이 없어 위협 운전이 만연하는 사회에 경종을 울릴 필요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서울중앙지법에서는 고속도로 빙판에서 미끄러져 정차한 차량 때문에 연쇄 추돌 사고가 났다면, 처음 정차한 차를 보지 못해 사고를 일으킨 차나 후속 추돌한 차 모두에 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도 나왔다.
2차 사고 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관련 당국은 사고 예방책 마련과 홍보에 골머리를 앓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국민안전처와 경찰청은 지난 2월 2차 사고 방지 대책을 내놨다.
야간 악천후 사고나 사고 장소가 교량 또는 결빙 구간이어서 2차 사고 위험이 클 때는 경찰이 현장을 감속유도구역, 방어구역, 처리구역으로 구분해 사고 수습에 나서기로 했다.
또 방호벽, 안전 경고등(도로에 세우는 경고등), 리프트 경광등(순찰차 지붕에 부착한 경광등), 불꽃신호기 등을 활용해 현장 안전 조치를 강화할 계획이다.
소방당국은 2차 사고가 우려되는 교통사고가 나면 출동 차량을 현재 2대(구급차와 펌프차 각 1대)에서 3대(구급차 1대, 펌프차 2대)로 늘리기로 했다.
화재 현장에서 사용하는 차단 라인(파이어 라인)을 교통사고 현장에도 적용하고, '선(先) 안전조처 후(後) 구조활동' 업무지침을 철저히 지키도록 대원 교육도 강화했다.
경찰청은 재난문자 발송 시스템(CBS)을 활용해 2차 사고를 막기 위해 사고 발생지 인근을 지나는 차량 운전자에게 안내 문자 메지시를 보내는 제도를 지난해부터 시행 중이다.
2차 사고를 효율적으로 예방하려면 비현실적인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자동차 생산 단계부터 안전대책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행 도로교통법에는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에서 자동차가 고장 나면 100m 뒤에 삼각대를, 200ｍ 뒤에 적색의 섬광신호·전기제등 또는 불꽃신호를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현실과는 동떨어진 얘기라는 지적이 많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는 "차량이 시속 100㎞ 이상으로 달려오는 상황에서 어떻게 100∼200ｍ나 뒤로 걸어가느냐"며 "간신히 삼각대 설치에 성공해도 다른 차가 치고 가면 목숨까지 내걸고 헛수고를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법 조항을 곧이곧대로 따르다간 오히려 2차 사고 위험성이 더 높아진다는 얘기다.
한 변호사는 "사고나 고장 시 재빨리 비상등을 켜고 트렁크를 열어둔 채 즉시 도로 옆으로 탈출한 뒤 갓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삼각대와 불꽃신호를 설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차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경우를 대비해 에어백이 터지는 것처럼 사고 시 트렁크가 자동으로 열리고 불꽃 사출기도 작동하게 자동차를 설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