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인가 대안학교 학부모 진정 기각…"향후 정책 검토에 참고"

(인천=연합뉴스) 신민재 기자 = 미인가 대안학교에 다니는 장기 결석 초등학생의 안전 확인을 위해 교사 등이 직접 가정을 방문하고 학부모와 학생의 출석을 요구하는 것이 인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31일 교육 당국에 따르면 국가인권위는 최근 인천의 초등학생 부모 A씨가 자녀가 장기결석 중인 초등학교를 상대로 낸 진정 사건에 대해 "인권 침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기각했다.

인권위는 "현행 법규정에 국가가 의무교육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점, 최근 아동학대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아동에 대한 교육적 방임 예방을 위해 공익적 목적에서 교육부 매뉴얼이 만들어진 점 등을 고려했다"고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인권위는 그러나 해당 교육부 매뉴얼에 대해 "적용과정에서 취학 유예·면제를 허용하는 '정당한 사유'에 대한 기준이 미흡하다"며 "앞으로 정책 검토시 참고하겠다"고 덧붙였다.

교육부는 3월 학기부터 초등생·중학생이 사흘 이상 결석하고, 소재나 안전이 확인되지 않으면 학교장이 의무적으로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미취학 및 무단결석 학생의 관리 대응 매뉴얼'을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인천의 빌라에 감금된 11살 소녀가 아버지의 학대와 굶주림을 피해 맨발로 탈출한 사건을 시작으로 부천 초등생·여중생 학대 사망 사건 등에서 교육 당국의 관리 부실이 도마 위에 오른 이후 신설된 제도다.

이 매뉴얼에 따르면 학생의 안전이 확인되더라도 결석이 장기화하면 매달 한 차례씩 소재나 안전을 알아보고 확인이 안 되면 역시 경찰에 수사 의뢰를 해야 한다.

문제는 장기결석생 가운데 상당수가 교육적 방임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미인가 대안학교 재학생이거나 홈스쿨링 중이라는 점이다.

교육부 매뉴얼과 관련해 인권위에 진정한 첫 사례인 A씨도 자녀가 장기결석 중인 초등학교를 상대로 미인가 대안학교를 다니는 게 확실한데도 학교 측이 가정방문을 하고 '의무교육학생관리위원회'에 자녀와 학부모 출석을 요구하는 등의 조치는 인권 침해라고 주장했다.

현직 교사인 A씨는 "교육부 매뉴얼의 초점은 안전이 확인되지 않은 학생을 위한 것인데 모든 경우에 똑같이 적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주장했다.

날마다 별일 없는지 유선으로 확인해야 하는 초등학교 교사, 해당 가정을 방문해야 하는 교사와 주민센터 공무원, 이 일을 담당하는 교육청 공무원 등 수많은 인력이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관계기관에 민원을 제기해도 학교는 '교육부 지침대로 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고 교육청도 '교육부에서 내려온 매뉴얼대로 따라야 한다'는 답변만 되풀이한다"고 덧붙였다.

교육계에서는 현재 전국적으로 200개가 넘는 미인가 대안학교가 운영 중인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한 교육계 인사는 "자녀가 창의적인 아이로 성장하길 원해 대안교육을 선택한 부모도 적지 않다"면서 "대안교육이나 홈스쿨링 등 다양한 교육을 추구하는 부모들을 '마녀사냥'식으로 몰아세우는 교육부 지침을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sm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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