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靑 아직 왕조시대 인가" 李 "결코 폐쇄적 운영 없다"

유승민 운영위원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이 가져온 자료를 모니터로 보고 있다. 남정탁 기자

“1897년 대한제국이 설립되면서 (한반도에서) 왕조가 끝났는데, (현재 청와대를 보면) 아직도 왕조시대에 있는 것 같습니다.”(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

“때가 어느 때인데 왕조시대처럼 움직이겠습니까. 밖에서 보는 것처럼 폐쇄적이고 일방적 통로로 움직이고 있지 않습니다.”(청와대 이병기 비서실장)

우여곡절 끝에 3일 열린 국회 운영위 전체회의는 시종 팽팽한 긴장감 속에 진행됐다. 야당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법 개정안 거부권 행사를 비판하는 것을 넘어 전반적인 청와대 운용에 대해 맹공을 퍼부었다.

이 비서실장은 하나하나 맞서며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그가 ‘거부권 정국’의 중심에 있는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에게 다가갈 때에는 무수한 플래시가 터져 관심의 척도를 엿보게 했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오른쪽)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관계자로 부터 자료를 건네받고 있다. 남정탁 기자

◆靑 불통 겨냥한 野 총공세

새정치연합 의원은 거의 전부 거부권 사태를 다뤘다. 운영위원장인 유 원내대표가 “오늘 회의는 청와대 결산을 위한 것이니 결산에만 집중하자”고 당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만큼 당·청 갈등을 부각하겠다는 야당 의지가 강해보였다.

강동원 의원은 “2015년 6월 25일(거부권 행사일)은 박 대통령이 국회를 침공한 날”이라며 “유신의 부활”이라고 포문을 열었다. 백군기 의원은 과거 박 대통령이 한나라당 의원 시절 시행령과 모법의 불일치를 지적하며 ‘위헌’이라고 발언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틀어보인 뒤 “국회의 권위를 바로 세우려고 굉장히 노력했던 대통령”이라고 꼬집었다.

박 대통령의 6·25 국무회의 발언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배신의 정치’ 등 과격한 발언에 대해 청와대 참모진이 왜 말리지 못했냐는 질타였다. 청와대 폐쇄성을 알리려는 포석이었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왼쪽)와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오후 회의가 시작 되기에 앞서 악수를 나누고 있다. 남정탁 기자

◆李 적극 방어… 劉 “野, 예의 갖춰 달라”

이 실장은 적극 방어했다. 국무회의 발언에 대해 “국민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나름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법 개정안에 대한 질의를 하지 않는 모습으로 이 실장을 보호하려 했다. 김명연 의원 정도가 “노무현 대통령도 거부권을 행사했다”는 논리를 편 것이 전부였다.

유 원내대표는 친박(친박근혜)계로부터 거센 사퇴 공세에 시달리면서도 청와대를 엄호하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강동원 의원이 ‘성완종 리스트’에 오른 이 비서실장의 관련 소회가 필요하다고 요구하자 “여기는 결산심사를 위한 자리이기 때문에 제가 그것을 물어볼 이유가 없다”고 거절했다. 야당 의원들이 박 대통령과 청와대를 강하게 비판하자 “표현을 할 때 국회 차원에서 예의를 갖춰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남정탁 기자

오전 회의에서 악수하지 않았던 유 원내대표와 이 비서실장은 오후 회의 시작 전 악수했다. 다만 운영위 시작 전 관례적으로 있는 양당 원내대표와 비서실장 간 회동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 원내대표는 전체회의를 종료하면서 “7일 오후 2시 국회 및 국가인권위 소관 업무보고와 결산심사를 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앞줄 왼쪽 세 번째)가 당 소속 의원들과 함께 3일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성완종 리스트’ 수사 결과에 대한 규탄대회를 열어 특검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남정탁 기자

◆메르스 대통령 사과 검토

이날 회의에서는 메르스 사태에 대한 질의도 이뤄졌다. 이 실장은 메르스 사태에 대한 박 대통령의 사과를 촉구한 새정치연합 이춘석 의원의 지적에 “(메르스가) 거의 안정세가 돼가는 마당이기 때문에 안정이 된 다음에 (사과를) 검토하겠다”며 “대통령 사과를 건의하겠다”고 답했다.

청와대는 운영위에 제출한 주요 업무현황에서 메르스 확진환자가 첫 발생한 지난 20일 박 대통령에게 이 사실이 즉시 보고됐고 박 대통령은 철저한 방역조치와 메르스 정보 제공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이도형 기자 scop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