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지난 20일 부산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에 행사용 차량으로 에쿠스 등 46대를 지원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2000년 서울서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2002년 한·일월드컵, 2012년 여수엑스포 같은 대형 행사에 의전차량을 제공했다. 지난 인천아시안게임 때는 기아차와 함께 버스 800대를 포함해 모두 1700여대를 행사 지원차량으로 보냈다. 크고 작은 행사까지 합칠 경우 현대·기아차가 지원한 차량은 1만대 안팎은 족이 된다. 이처럼 많은 지원 차량들은 행사가 끝난 뒤 어떻게 처리될까.

현대차 관계자는 21일 "과거에는 행사가 끝나면 지원차량을 현대차가 다시 반납받았지만 올초부터 다른 방식으로 행사용 차량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14년 전 열린 아시아·유럽정상회의 때만 해도 현대차는 행사에 제공된 에쿠스를 일반인에 중고차로 팔았다. 울산공장 등에서 점검과 수리를 마친 뒤 트렁크에 'ASEM'이란 마크를 붙여 판매한 것이다. 각국 정상이 타긴했지만 '중고차'가 된 만큼 할인된 가격을 적용했다. 다른 행사 차량도 반납받아 생산직 직원들을 대상으로 2~10%가량 할인된 가격에 팔았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렌트카를 빌려 주거나 차량 운영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이번 ITU 전권회의는 에쿠스 40대와 제네시스 6대를 제공했다. 에쿠스 하루 렌트비는 할인을 받아 25만원가량 된다. 그러나 전권대회가 17일동안 열려 월단위로 렌트를 하는 게 저렴하다. 이 경우 렌트비는 대당 250만원, 40대면 1억원가량의 비용이 나온다. 여기에 제네시스 월 렌트비 160만원(구형)가량을 더하면 현대차가 ITU 전권회의에 차량 운영비로 지원한 금액을 얼추 짐작할 수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행사 지원 차량이 사고가 나거나 파손될 경우 처리가 까다롭고, 중고차로 팔기도 쉽지 않아 렌트카 비용을 직접 지원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