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사이드부터 승부차기 규정까지
19세기 말 현대축구의 규정 초안이 영국에서 만들어졌던 초창기만 하더라도 오프사이드나 경고 퇴장, 승부차기 등의 세밀한 규정은 다듬어지지 않았었다. 예컨대 상대 수비수 2명을 기준으로 하는 현대적 의미의 오프사이드 규정이 만들어진 것은 1925년의 일이다. 2명 기준의 오프사이드 규정이 만들어지면서 WM 포메이션과 같은 새로운 전술의 태동과 유행이 일기도 했다. 승부차기의 도입은 그보다 훨씬 뒤의 일이었다.
축구 경기에서 승부차기 규정이 시행된 건 1970년 맨유와 헐시티 경기가 처음이었다. 첫 키커로는 맨유의 레전드 조지 베스트가 나서 맨유가 승리했다. 주요 국제대회에서 승부차기가 도입된 것은 1976년 유럽선수권 대회가 최초다. 체코슬로바키아와 서독이 승부차기를 벌여 체코슬로바키아가 5-3으로 승리했다. FIFA월드컵에서 승부차기가 시행된 것은 1982년 스페인 대회가 최초로 서독과 프랑스가 승부차기를 벌여 서독이 승리했다.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처음으로 승부차기 경기가 벌어진 것은 유럽선수권대회나 월드컵보다 늦은 1986년 서울 대회였다. 공교롭게도 8강 4경기 모두가 연장전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고 승부차기를 벌였는데 이 중에는 한국과 이란의 경기도 포함돼 있었다. 한국과 이란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를 벌여 박창선, 김주성, 최순호, 조영증, 이태호 5명의 키커가 모두 성공시켜 5-4로 이란을 꺾고 4강에 올랐다. 4강에 오른 한국은 인도네시아를 잡고 결승에 올라 사우디아라비아를 2-0으로 누르고 우승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남북이 공동 우승을 차지한 1978년 대회 때는 관련한 규정이 마련돼 있지 않아 승부차기를 차지 못했던 것이다. 아시안게임 무대에서 공동 우승이란 결과가 나온 것도 1978년 대회가 마지막이었다. 승부차기 제도가 도입된 이후인 1990년 대회 결승전에서는 북한이 이란과 0-0으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1-4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