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일 가정 양립을 꿈꾸는 워킹대디의 육아칼럼

퇴근 후에도 저녁 준비다, 집안 청소다 해서 늘 정신 없는 팬더 부부. 식구는 달랑 셋 밖에 없는데도 왠 빨래는 그렇게 끝없이 나오는지 모르겠네요. 한창 가사일을 하는 사이, 나은공주는 거실 한쪽에서 쇼파에 앉아 책을 펼치고 사운드북을 듣고 있거나 스케치북에 그림을 그립니다. 하지만 그것도 한때, "아빠 심심해" 타령이 시작됩니다.

요즘 손재주 좋은 아빠들은 이런 저런 소품을 활용해 자녀들과 함께 장난감을 만들기도 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색다른 놀이도 하더군요. 하지만 맞벌이를 하는 저희로서는 평일에는 저녁 먹고 집안일 정리하다보면 어느새 9시가 훌쩍 넘어버립니다. 아이들과 뭔가를 만들거나 놀이를 하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이죠. 또한 놀이 재료를 준비할 여유도 없습니다. 게다가 저부터 이미 체력 제로. 그런 아빠의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심심해 놀아줘" 신공을 사정없이 날립니다.

그래서 요근래 도전한 놀이가 보드게임입니다. 별다른 준비를 하지 않아도 되고, 한 게임에 5분~10분 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 아이들의 승부욕과 근성을 키울 수 있고, 무엇보다 아빠의 바닥난 체력 게이지를 더 이상 소모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얼마 전에 아빠 교실에서 5, 6살 정도의 유아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보드 게임 몇가지를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중에서 저는 도블 게임과 다이아몬드 게임을 추천합니다.

도블 게임이란 일종의 순발력 게임인데, 각각의 카드에는 8개의 재미있는 그림이 그려져 있습니다. 중앙에 카드를 쌓은 다음, 먼저 같은 그림을 외친 사람이 그 카드를 가져갑니다. 가장 많은 카드를 가져간 사람이 이기는 것이죠. 규칙이 단순하다보니 아이들도 금방 배울 수 있는데다 집중력과 순발력을 키우는데도 꽤나 도움이 됩니다.

게다가 꽤나 중독성이 있어서 나은공주는 밤만 되면 도블 카드를 가져와 자리부터 깔아놓고 엄마 아빠를 기다립니다. 잘 시간이 지났다고 해도 "엄마~ 우리 한 게임만 해요. 네?", "그래. 딱 한 게임만이야" 처음에는 같은 그림을 찾지 못해서 한참 헤매던 나은공주도 일주일쯤 지나니까 잽싸게 찾아내기 시작합니다. 엄마가 카드를 연달아 가져가면 "엄마 숨 좀 쉬면서 해~"라면서 승부욕을 불태웁니다.

부부 둘이서 하면 재미없지만 자녀들과 같이 하면 정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그렇다고 처음부터 너무 승부에 집착하지는 말고 적당히 봐주세요. 아이들은 생각보다 금새 익숙해집니다. 나중에는 아빠가 꼴찌 대장이 될 지도 모릅니다.

또 다른 추천 게임은 다이아몬드 게임입니다. 얼마 전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도 나왔다고 하죠. 6개의 삼각형이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게임판 위에서 각자 한가지 색을 골라서 10개의 말을 꽂은 후 서로 번갈아가면서 말을 움직여 모든 말을 맞은 편의 삼각형으로 가장 먼저 옮기는 쪽이 이기는 게임입니다. 간단한 것 같아도 막상 해보면 장기나 체스처럼 전략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말은 한번에 한칸씩만 갈 수 있지만 만약 앞이나 옆에 다른 말(상대 말 포함)이 있으면 그만큼 한번에 여러칸을 건너 뛸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상대편도 마찬가지이죠. 그것이 이 게임의 묘미입니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 "오늘도 한판 할까?"라는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쪼로로 와서 게임 할 준비를 합니다. 어느새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과가 되었네요. 물론 평소 보드게임을 자주 즐기는 분이라면 초보 중의 초보들이나 할 게임이라고 하겠지만, 우리나라에서 보드 게임은 명절날 하는 윷놀이라던가, 장기, 바둑 정도에 불과하고 평소 아이들과 함께 즐길 만한 놀이를 찾기는 그리 쉽지는 않죠.

하루 종일 회사에서 시달리다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왔을 때, 아이들은 그때까지도 아빠 얼굴을 보고 싶어서 자지 않고 문 앞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아직도 안 자고 뭐해?"라는 핀잔을 주는 대신, 보드 게임 한판 어떨까요? 비록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는 없어도 단 5분, 10분만 할애하면 얼마든지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답니다.

*칼럼니스트 권성욱은 울산 토박이이면서 공무원으로 13년째 근무 중이다. 36살 늦깎이 총각이 결혼하자마자 아빠가 되었고 집사람의 육아 휴직이 끝나자 과감하게 직장에 육아 휴직계를 던져 시한부 주부 아빠로서 정신없는 일 년을 보냈다. 현재 맞벌이 집사람과 함께 가사, 육아를 분담하며 고집 센 다섯 살 딸아이의 수발들기를 즐기고 있다. 인생에서 화목한 가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좋은 남편, 좋은 아빠가 되려고 항상 노력 중이다.

【Copyrights ⓒ 베이비뉴스 pr@ibab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