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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가 술을 조금이라도 먹었다면… 주소복사
7 칼럼니스트 .. 2012.07.23 13:4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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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한경훈 원장의 산수유(産·授乳) 이야기

 

“예쁜 놈으로 골라 줄게요.”

 

퇴근길에 천도복숭아를 사면서 임신한 아내가 먹을 거라고 말했더니 과일가게 아주머니가 부지런히 손을 움직입니다. 이리저리 살피고는 가장 흠이 없고, 빛깔도 좋은 걸로만 담아주시지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험입니다. 임신과 관련해 이런저런 금기가 있지만, 일상에서 가장 많이 경험하게 되는 것은 바로 ‘먹는 것’에 대한 문제일 것입니다.

 

특정한 음식이 임신부나 태아를 위해 금지되거나 권장되고, 먹어도 되는 음식이라도 그 모양까지 따지는 문화는 여러 문화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 구체적인 내용이 다를 뿐인데, 종합해보면 ‘아기가 함께 먹는다’는 인식과 ‘태아가 음식물의 외형이나 성질을 닮는다’는 믿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임신부에게 달걀이 금지되는데 태어나는 아기의 머리가 대머리일 수도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타날라족은 게나 가재의 발을 먹지 않는데 아기 다리가 게나 가재의 발을 닮을까 두려워하기 때문이랍니다. 우리는 좀처럼 이해하기 어렵지만, 그들 나름대로 건강한 아기를 맞이하기 위한 정성일 것입니다. 지난번 칼럼에서 소개한 『태교신기』에서는 임신부가 주의해야할 음식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전해주고 있는데, 그 내용이 지금의 우리에게도 친숙한 동시에 타당한 내용이 많습니다.

 

대략 '과일이 모양이 좋지 않거나 벌레 먹은 것, 썩어서 떨어진 것을 먹지 말고, 익지 않은 열매나 채소를 먹지 말며, 찬 음식이나 각종 상한 것을 먹지 말고, 빛깔이나 냄새가 좋지 않은 것을 먹지 말며, 제대로 조리하지 않은 것이나 제철이 아닌 것을 먹지 아니하며, 고기를 지나치게 많이 먹지 말라'는 내용입니다. 그 이후로 이어지는 내용은 위에서 언급한 아프리카 부족에서 게나 가재, 그리고 달걀을 금지하는 것과 비슷한 형태로 여러 음식을 금하고 있습니다. 그 구체적인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역시 중요한 것은 임신 중에 먹는 음식이 나중에 태어날 아기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 중에서도 눈여겨 봐야할 것은 ‘술’에 대한 금지입니다. 『태교신기』에서는 “술을 먹으면 모든 혈맥이 풀린다(服酒散百脈)”고 말합니다. 알코올은 태반을 그대로 통과하기 때문에 태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특히 주요 장기와 신체 기관이 형성되는 임신초기에는 적은 양의 알코올도 태아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다는 연구보고가 있습니다. 『태교신기』의 표현을 빌리자면, 엄마가 취기를 느끼기 전에 아기의 혈맥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뇌의 수축과 뉴런 수치의 감소로 인한 영구적인 지적장애와 성장장애, 그리고 안면기형 등을 유발하는 태아알코올증후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 주위에는 ‘한 잔 정도는 괜찮다’는 인식이 여전히 널리 퍼져 있습니다. 음주를 경험한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기를 추적관찰한 현대 연구 중에는 지능지수나 뇌기능을 기준으로 소량의 음주가 해롭지 않다는 영국의 최근 연구와 우울증 및 공격적 성향을 오히려 감소시켜준다는 호주의 연구가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보고가 소량의 음주로도 다른 측면에서 치명적인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태아알코올증후군의 가능성을 덮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임신부가 충분히 주의하고 주변에서 협조해 준다면 발생빈도가 높지는 않더라도 매우 심각한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에 임신 중의 음주는 꼭 금해야 할 것입니다.

 

엄마가 먹는 것을 아기도 먹습니다. 좋은 것을 먹이고픈 마음만큼, 우선 나쁜 것은 먹지 말아야겠습니다.

 

*칼럼니스트 한경훈은 한의사이자 두 아이의 아빠로 첫째를 조산원에서 맞이하면서 출산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둘째는 살던 집에서 감격스런 가정분만을 경험했다. 현재는 출산문화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를 위해 한양대대학원 문화인류학과에 입학해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산수유는 친근한 한약재의 이름이기도 하지만, ‘자연스러운 출산, 행복한 모유수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같은 이름의 칼럼을 시작했다. 현재 안산 산수유한의원 원장, 국제인증수유전문가,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운영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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