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셀린 무한 사용 설명서

상처나 화상 치료에 사용했던 바셀린. 알고 보니 활용도가 무궁무진.

19세기 중반 화학자인 로버트 체스브로가 유전 시설에서 노동자들이 파이프에 낀 정체불명의 물질을 연고처럼 바르는 것을 보고 만들어낸 바셀린. 무려 140년 동안 상처나 화상 치료용으로 사용되었고 오늘날에 와서는 보습 화장품의 대명사로 자리 잡았다. 얼마 전 에디터는 뷰티 화보 현장에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바셀린을 꽤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하는 것을 보고 바셀린의 새로운 세계를 알게 됐다.

“건조한 입술에 급하게 각질 제거를 해야 할 때 바셀린과 설탕을 섞어 사용해요. 그렇게 응급조치를 한 후 립스틱을 바르면 휠씬 매끈하고 선명한 립스틱 컬러를 연출할 수 있죠. 촬영 전 모델의 피부가 건조하고 각질 때문에 매끄럽지 못할 때는 바셀린을 손바닥에 올려 손의 열감으로 녹여서 발라줍니다. 피부가 한결 부드러워지고 요철이 생기지 않아 메이크업 전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예요. 반짝이면서 투명한 아이 메이크업을 연출할 때에도 사용하죠. 아이섀도에 바셀린을 조금 섞어 눈두덩에 바르면 자연스럽게 빛나는 분위기를 낼 수 있어요.”

메이크업 아티스트 장해인씨의 팁이다. 이 방법은 승무원들의 수분 크림이라고 잘 알려진 엘리자베스 아덴의 에잇아워 크림과 비슷한 효과를 낸다고. 김활란뮤제네프 메이크업 아티스트 한마음 부원장은 “바셀린을 손톱에 있는 큐티클에 바른뒤 시간이 지나고 물티슈로 닦아내면 큐티클을 부드럽게 정리할 수 있어요. 눈 밑에 번진 메이크업을 지울 때도 바셀린을 묻혀 사용하면 눈가에 자극을 주지 않아 주름 걱정 없이 클렌징할 수 있지요”라며 그녀만의 팁을 더했다.

호기심이 많은 에디터는 바로 실행에 옮겼다. 실패 확률을 낮춰줄 무난한 브라운 펄 아이섀도와 바셀린을 섞어 눈두덩에 살짝 발라봤는데 잡지 화보 속 글로시한 아이 메이크업이 가능했고 예상했던 것보다 발색이 좋아 보디 글로 역할까지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흑설탕과 바셀린을 1:1 비율로 섞으면 발뒤꿈치 각질 제거제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한 지인도 있었다. 여름내 딱딱하게 굳은 뒤꿈치가 신경 쓰이던 찰나, 잘됐다 싶어 이 방법 또한 도전해봤다.

비주얼은 프레쉬의 슈가 페이스 폴리쉬와 거의 흡사했고 달콤한 향 또한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바셀린 양 조절에 실패한 탓일까. 각질이 깔끔하게 제거된다기보다는 미끌미끌하게 남아 있는 느낌이었다. 에디터와 같은 실패를 겪지 않으려면 흑설탕의 양과 바셀린의 비율을 2:1로 해도 좋겠다.

이 밖에도 쓰다 남은 립스틱 또는 유행 지난 립스틱을 바셀린과 함께 녹이면 크림 타입 블러셔로 사용할 수 있고 메이크업 후 얇게 펴 바르면 배우 김희애처럼 윤기가 흐르는 물광 피부를 연출할 수도 있다는 등 뷰티 블로거들 사이에서는 바셀린을 활용한 메이크업의 후기가 수시로 올라오고 있다.

집에서 셀프 염색을 할 때 헤어 라인을 따라 바셀린을 바르면 얼굴에 염색약이 묻지 않고 깔끔하게 마무리된다는 것, 요즘 트렌드에 맞는 결을 살린 눈썹을 연출할 때 눈썹 젤 대신 사용할 수 있다는 것, 향수를 뿌린 부위에 바셀린을 바르면 향기가 오래 유지된다는 점, 푸석해진 머리카락에 헤어 오일 대신 사용할 수 있다는 것 등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바셀린 활용의 꿀팁은 마치 물건이 끊임없이 나오는 영화 ‘해리 포터’ 속 헤르미온느의 주머니같이 쏟아져 나왔다.

셀프로 화장품을 만들어보고 학창 시절 미술 시간이 생각날 정도로 신났다. 바셀린의 안전성은? 주성분인 페트롤리움이 안전을 인정받은 제품이기도 하고 지금까지 문제가 되지 않았기에 의심하지 않아도 된다.

다만 “민감한 피부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어요. 게다가 지성 피부라면 모공을 막히게 할 수도 있고 염증을 유발할 수도 있죠”라며 차앤박 피부과 류영식 원장은 주의를 요했다. 또 바셀린에 대한 다양한 속설(자기 전 속눈썹에 바르고 자면 속눈썹이 길어진다는 등)과 믹스 케어 역시 개인 선호도와 피부에 따라 다르게 영향을 준다고 전했다.

기사 속 다양한 활용법이 누군가에게는 유익할 수도, 또 어떤 이에게는 해가 될 수도 있으니 무조건 따라 하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사용 전 피부 타입과 성분을 체크해 자신에게 맞는 나만의 바셀린 활용법을 찾길 바란다.



기획_김지혜 | 사진_이정훈
여성중앙 2016.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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