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피가 더 예민하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치약은 물론 샴푸에도 함유되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샴푸 하나 고르는 것도 까다로운 일이 되었다.

두피는 피부보다 성분 흡수율이 높으므로 샴푸 선택 역시 화장품을 고를 때처럼 까다로워질 필요가 있다.

청결하고 건강하게 살고픈 욕심이 오히려 우리를 갉아먹고 있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이 함유된 치약부터 샴푸까지. 어쩌면 모르는 게 속 편했을 법한 불편한 사실들이 밝혀지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성분으로 일컬어지는 C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MIT(메칠이소치아졸리논)는 박테리아나 진균류의 성장을 억제하는 살균 보존제로 흡입 시 2~3%의 사람들에게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수 있으며, 유아의 뇌세포 DNA를 손상시킬 수도 있는 화학 성분이다.

이 성분은 제품 보존을 위한 방부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캐나다 보건부, 유럽연합에서는 샴푸, 보디 워시 등 씻어내는 제품에 한해 0.0015%(15ppm)로 사용량을 제한하고 있다. 건강한 사람에겐 크게 문제되지 않지만 피부가 민감한 타입이나 유아의 경우에 피부 자극, 세포막 손상과 암을 유발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유해한 성분임에는 틀림없지만 피부가 민감하지 않은 사람이 식약처의 제한에 따라 적은 양의 CMIT, MIT 성분이 함유된 샴푸를 사용하고 모발을 제대로 헹군다면 당장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샴푸의 유해 성분들이 알려지면서 약산성이라는 특성을 강조한 샴푸가 많이 출시되고 있지만 약산성은 단지 산도에 의한 타이틀일 뿐, 성분표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약산성 샴푸라도 파라벤이나 MIT 성분이 다량 함유되었다면 두피에 안전할 리 없다.

한편 유럽연합은 2017년부터 화장품에 이 성분의 사용을 금지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의 사건들과 유럽연합의 결정에 따라 국내 식약처도 보수적인 수정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샴푸 속 유해 성분 이슈가 어제오늘의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두피는 피부보다 성분 흡수율이 높으므로 샴푸 선택 역시 화장품을 고를 때처럼 까다로워질 필요가 있다. “정상적인 두피는 ‘블랙박스’라고 불릴 만큼 화학 성분에 대한 흡수율이 얼굴 피부에 비해 높습니다.

지루성, 탈모, 비듬 등의 문제를 가지고 있는 두피와 손상 두피는 정상적인 두피에 비해 흡수율이 100배 이상 높아지기 때문에 유해 성분의 흡수도 그만큼 높아져 이에 따른 자극이 심해질 수 있지요.” 라우쉬 교육팀 성윤희 팀장은 두피에 직접 닿는 제품일수록 성분을 따져보라고 경고했다.

샴푸에 함유된 해로운 성분으로 알려진 화학적 계면 활성제, 설페이트류가 바로 그것이다. SLS(소듐라우릴설페이트)와 SLES(소듐라우레스설페이트)는 자극 유발 가능성에 대해 논란이 제기된 계면 활성제로 피부 기능 장애 유발 및 발암 물질 오염 가능성이 있으며, 요즘 많이 쓰이는 ALS(암모늄라우릴설페이트)와 ALES(암모늄라우레스설페이트) 역시 SLS, SLES와 비교하면 덜 자극적이지만 민감한 두피에 자극을 줄 수 있는 유해 성분이다.

식물 추출 천연 계면 활성제인 야자유, 올리브유, 팜유 등으로 대체한 제품을 사용하는 편이 안전하다. 샴푸 후 두피는 개운하고 모발은 부드러운, 우리에게 만족감을 주는 샴푸를 고르기 위해 지금까지는 알 필요도 없었던 어려운 성분 이름들을 기억하고 각각의 유해성을 공부하게 될 줄은 몰랐다.

차라리 노푸족이 되거나 베이킹 소다, 식초 등을 활용한 천연 샴푸를 만들어 사용하는 노선을 택하는 편이 나을까? 가정의학과 전문의 조애경 원장은 “두피에 피지 분비가 많다면 스트레스나 공해, 먼지에 노출된 후 샴푸를 사용하지 않으면 그 피지가 모공을 막고, 심한 경우 두피 곳곳에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오염물이 모근을 막게 되면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베이킹 소다를 사용한다 해도 세정력이 약해 두피의 노폐물과 불순물을 완벽히 제거하기 어렵다. 베이킹 소다는 약알칼리성 천연 물질로 약산성인 두피에 자극을 줄 수 있으며 식초 역시 피부 pH 밸런스를 잃게 할 수 있어 두피 건강에 이롭다고 볼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

천연 성분 자체의 특성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샴푸를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보다는 저자극 성분으로 이루어진 샴푸를 사용하고 두피까지 여러 번 꼼꼼히 헹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다.

마트에서 파는 샴푸만큼 용량이 많거나 저렴하진 않지만 가습기 살균제 성분인 설페이트 계열 화학적 계면 활성제를 천연 성분으로 대체한 샴푸가 이미 많이 출시되어 있으니 살펴볼 일이다. 샴푸의 유해성을 걱정하면서 펌이나 염색 등을 자주 하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의 뷰티 습관을 돌아볼 필요도 있다.

성분표 보고 고른 샴푸 리스트

1 르네휘테르 아스테라 프레쉬 수딩 샴푸 소듐라우릴설페이트, MIT, CMIT 무첨가 샴푸로 민트, 유칼립투스, 캄퍼 에센셜 오일 등이 민감한 두피를 진정시키고 모발의 건강을 회복해준다. 두피가 민감한 타입에게 추천. 200ml 2만6000원

2 라우쉬 스위스 허벌 케어 샴푸 스위스 허브 성분이 두피와 모발의 수분 밸런스를 맞춰주는 수분 진정 샴푸. 파라벤, 실리콘, MIT, CMIT 성분을 배제한 약산성 샴푸로 천연 계면 활성제 역할을 하는 식물 성분을 함유했다. 200ml 2만1000원

3 애경 알피스트 에델바이스 샴푸 파라벤, 미네랄 오일, 설페이트, 실리콘, 인공 향료를 함유하지 않고 100% 식물 유래 계면 활성제를 함유한 것이 특징. 약산성 처방, 에코서트 인증 에델바이스 및 알프스 허브 7종 함유로 두피와 모발에 자극이 적다. 1000ml 1만6900원

4 아로마티카 아임 트루 내추럴 샴푸 설페이트 계면 활성제, 파라벤, 실리콘, 합성 향을 첨가하지 않은 샴푸로 검은콩, 흑미 등 6가지 블랙 푸드를 함유해 피지 조절을 원활하게 하고 머리 빠짐 현상을 예방한다. 500ml 1만5000원

5 듀이트리 7무 피토 에너지 샴푸 설페이트, 파라벤, 벤조페논, 광물성 오일, 인공 향료 등 7가지 유해 성분을 첨가하지 않은 약산성 샴푸로 천연 솝베리 버블 추출물이 풍성한 거품을 만들어 개운한 사용감을 준다. 480ml 3만8000원

6 클로란 머틀 샴푸 CMIT, SLS 등을 첨가하지 않은 지성 비듬 케어 샴푸. 도금양과에 속하는 관목으로 정화 효과가 있는 머틀이 비듬과 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하고 징크피리치온과 결합된 폴리페놀이 비듬 방지 효과를 유지시킨다. 200ml 1만2000원

7 갸마르드 샴푸 두쉐르 by 온뜨레 천연 성분 100%로 이루어진 샴푸로 프랑스 2대 온천 지역의 갸마르드 온천수를 배합해 진정, 보습력을 향상시킨 것이 특징. 유기농 클로브 싹 오일의 항박테리아, 항균 작용으로 두피 트러블을 예방한다. 200g 2만9000원

기획_이윤정 | 사진_우창원, 중앙포토
여성중앙 2016.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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