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중 韓 문화에 관심 많아 오리엔트 컬렉션 첫 제품으로"

바람을 타고 분분히 날리는 진해의 벚꽃잎은 연인의 입술 같다. 포근하면서도 알싸한 향이 스친다. 벚꽃을 사랑하는 아내와 한국을 사랑하는 남편은 이 향을 병에 담고 '진해'라 부르기로 한다.

프랑스 니치 향수(고급 원료로 소량 생산되는 향수) 브랜드 '아틀리에 코롱'이 3월에 내놓을 향수 이름은 '앙상 진해'(Encens Jinhae·진해의 향기). 여기서 '진해'는 한국 경남 진해다. 진해의 벚꽃을 향수 주원료로 사용했기 때문이다. 세계 각지의 원료를 가져와 향수로 만드는 아틀리에 코롱이 도시를 향수 이름에 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틀리에 코롱이 내놓을 오리엔트 컬렉션의 첫 번째 제품이기도 하다.

‘진해 벚꽃’을 원료로 넣은 아틀리에 코롱의 향수 ‘앙상 진해’(왼쪽 사진). 아틀리에 코롱의 창업자인 크리스토프 세르바셀(오른쪽 사진 왼쪽)과 실비 간터. /아틀리에 코롱 제공

창립자인 실비 간터와 크리스토프 세르바셀은 부부다. 지난주 이뤄진 이메일 인터뷰에서 세르바셀은 "우리가 진해에서 오리엔트 컬렉션의 첫걸음을 내딛는 이유는 우리가 아시아 중에서도 특히 한국 문화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아시아의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한국 방문은 언제나 인상적이다. 이곳에서 사귄 친구들 덕분에 한국 문화와 한국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고 했다. 벚꽃의 원산지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일본을 떠올린다. 하지만 이들은 향수를 만들기 위해 한국을 공부하면서 일본 벚꽃의 원산지는 제주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간터는 "한국에 뿌리를 둔 벚꽃 종자를 찾았고, 결국 진해를 선택했다. 매년 가장 성대한 벚꽃 축제가 열리는 지역이라고 알고 있다"고 했다.

진해 벚꽃은 향수로 쓰인 예가 없다. 아틀리에 코롱의 오랜 협력자인 로베르텟은 향수의 천연 재료를 전 세계에서 찾아내는 역할을 담당한다. 간터는 로베르텟이 진해 벚꽃에서 추출한 향을 이렇게 표현했다. "원래 벚꽃향은 강한 장미향 같으면서도, 파우더처럼 부드럽고 보송보송하게(powdery) 느껴져요. 진해 벚꽃은 이보다 더 보송보송하면서 아몬드의 달콤한 기운까지 갖고 있습니다."

벚꽃의 자태와 향은 여성스럽다. 하지만 '앙상 진해'의 향은 남성이나 여성, 어느 하나의 것이라고 단정 짓기가 어렵다. 따뜻한 꽃내음에 톡 쏘는 레몬향과 희미한 사향(麝香·머스크)이 감돈다. 세르바셀은 "우리는 여성적인 원료와 남성적인 원료가 완벽한 균형을 이룰 것을 추구한다. 향수는 바르는 사람에 따라 다른 향을 내기 때문이다. '앙상 진해'를 만들 때 진해 벚꽃과 함께 짝 지을 남성적인 원료를 찾고, 그걸 우리 브랜드의 대표 원료인 시트러스(감귤류 식물 열매의 정유)와 어울리도록 하는 게 관건이었다. 그래서 남성적인 '사마르칸트 인센스(사마르칸트 지역에서 채취한 향료)'에서 어둡고 신비한 기운을 가져오고, 시실리의 레몬으로 밝고 투명한 느낌을 불어넣었다"고 했다. 여자가 바르면 진해 벚꽃의 여성적인 면이, 남자가 바르면 사마르칸트 향의 남성적인 면이 더 부각된다.

사랑에 빠진 간터와 세르바셀은 아틀리에 코롱을 함께 만들었다. 이들은 향수마다 사랑 이야기와 심상을 부여한다. '앙상 진해'는 한국에 온 사마르칸트의 남자가 한국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 부부는 "두 사람이 진해의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나무 아래에서 입을 맞추는 모습을 상상했다"고 했다.

[변희원 기자 nastyb82@chosun.com]

추천)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sid1=103&oid=023&aid=0003135190

진해 벚꽃 향수는 어떤 향기일까요.

무척 궁금합니다.

3월에 출시된다고 합니다.